다른 메일을 확인해 요즘 유행하는 트렌드도 살핀다. 민지씨는 출근길을 경쾌하게 밝혀주는 클래식 음악도 듣는다. 민지씨의 선곡은 아니다. 작곡가, 시대 배경부터 유명 지휘자의 공연 실황까지 메일로 전달받았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도 아닌 메일에서 이 모든 게 가능하다고? 바로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를 통칭하는 말)의 메일링 서비스 활용법이다.
맞춤형 콘텐츠로 MZ세대를 공략하는 ‘메일링 서비스’(구독을 신청하면 이메일로 특정일에 관련 내용을 메일로 발송하는 서비스)가 인기를 끌고 있다. 독자 특화 전략과 빠른 피드백을 취해 구독자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뉴스, 음악 등 그 영역도 점차 확대하고 있지만 정보편식을 경계해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맞춤형 콘텐츠를 원하는 MZ세대
메일링 서비스는 취향에 맞는 서비스 이용을 즐기는 MZ세대에 최적화된 서비스다.
내용도 수필, 소설 등 문학에서 뉴스, 클래식, 그림까지 확장했다. 하나경제연구소가 발간한 ‘새로운 소비 트렌드로서의 구독 경제’에 따르면 밀레니얼 세대는 ‘맞춤형 경험’을 중요시해 자신이 원하는 정보나 서비스를 이용하는데 소비를 아끼지 않는다. 밀레니얼 세대가 메일링 서비스에 호응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골라 간편하게 구독 신청을 하면 메일을 보내준다.
‘일간 이슬아’는 메일링 서비스의 가능성을 확인한 대표적인 사례다. 한달에 1만원을 내면 일주일에 5일 동안 작가가 쓴 일기, 수필, 인터뷰 등을 받아 볼 수 있다. 작가가 학자금대출을 갚기 위해 시작한 서비스가 2030세대의 절대적인 호응을 얻으면서 이제는 하나의 사업화가 됐다.
지난 8월부터 일간이슬아 구독을 시작한 한 구독자는 “원하는 작가의 글을 메일로 편하게 받아볼 수 있어서 좋다”며 “내가 좋아하는 작가의 따끈따끈한 글을 500원에 바로 볼 수 있다는 메리트가 있다”고 말했다.
실리콘벨리 경제 소식을 전하는 ’더밀크‘(The miilk)를 구독중인 김영재(30·남)씨는 “해외 주식에 관심이 있어 미국 비즈니스 토픽을 알려주는 더밀크를 선택했다”며 “일일이 찾아볼 필요 없이 메일만 클릭하면 트렌드를 알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이렇듯 MZ세대는 각자의 입맛에 맞게 다양한 메일링 서비스를 구독한다.
메일링 서비스는 소규모 맞춤형 콘텐츠로 구독자에게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
사회초년생을 위한 경제 머니레터를 발송하는 ‘어피티’(UPPITY)는 경제를 사회초년생 입장에서 전한다.
부동산 투자 관련 내용을 '독립을 위한 부동산 지식'으로 주제를 선정해 전·월세, 전세자금대출, 청년주거정책 등과 함께 전한다.
'월급도둑인 줄만 알았던 4대 보험 파헤치기'에서는 사회초년생의 현실적인 연봉얘기와 실질적인 관심사를 전한다. 청약과 대출 등 다양한 관심사를 전해 청년들의 공감을 자아내며 어느새 구독자 6만명이 넘었다.
내 집 마련이 꿈이지만 ‘부동산’이 어려운 부린이들을 위한 뉴스레터 ‘부딩’도 귀여운 다람쥐 캐릭터로 호응을 얻고 있다. 사례를 들어 부동산 용어부터 차근차근 설명해준다.
‘맞춤형’을 살린 대표 사례는 시사 뉴스레터 ‘뉴닉’(Newneek)이다. 바쁘지만 세상 돌아가는 소식을 알고싶은 MZ세대를 공략한다. 메일 속 화자인 ‘고슴이’(고슴도치 캐릭터)는 ‘~요’체를 쓰면서 사건 전후 맥락부터 역사적 배경까지 살핀다.
이 점이 신문을 보지 않는 MZ세대를 사로잡았다. 지난 5월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발표한 ‘신문기사 이용자 특성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종이신문을 본다는 응답이 20대는 1.4%로 최저를 기록했다.
이런 현실에 뉴닉은 가상의 인물 ’민지씨‘(2030밀레니얼세대)를 위한 맞춤형, 맥락형 뉴스를 쓰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전·월세 전환률이 내렸다”는 기사는 세입자 입장이 더 많은 청년들을 고려해 “월세 고민을 덜게 됐어요”라며 청년의 입장에서 받을 영향까지 생각해 기사를 쓴다. 쉬운 이해를 도울 뿐 아니라 내게 미칠 영향까지 파악할 수 있다. 이에 호응한 2030세대에 힘입어 뉴닉은 최근 구독자 20만명을 돌파했다.
빠르게 피드백을 반영하는 것도 특징이다. 대부분의 메일링 서비스는 메일 가장 마지막에 피드백 칸을 꼭 설정한다. 구독자 특화 콘텐츠를 만들다 보니 독자들의 의견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대규모 구독경제와 달리 소규모인만큼 피드백 반영이 빠르다. 클릭 몇 번이나 단답형으로 피드백에 응답하는 시간은 10초정도면 충분하다. 이 씨는 “피드백이 빨라 내용이나 형식의 변화가 바로바로 눈에 보여서 좋다”고 전했다.
다양해지는 메일링...정보 편식은 우려
메일링 서비스는 콘텐츠를 끝없이 확장하고 있다. 클래식 음악과 따뜻한 에세이를 함께 보내주는 ‘어쿠스틱 위클리’, 환경이슈를 제공하는 ‘먼슬리그린’, 한 권의 책 내용을 자세히 설명해주는 ‘고독단’ 등 메일링 서비스 내용은 다양해졌다.
어쿠스틱 위클리를 구독하는 한 네티즌은 “클래식과 재즈에 관심은 많지만 어려웠는데, 친절하게 설명해줘서 매주 화요일이 기대된다”는 사용 후기를 전했다. 소비자의 관심사가 다양해지는 만큼 메일링 서비스가 다루는 내용도 더 다양해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맞춤형 정보의 확산이 정보편식으로 변질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소현진 성신여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MZ세대가 원하는 정보와 콘텐츠를 찾아 구독하는 것 자체가 적극적인 현상”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맞춤형 콘텐츠에 익숙해져 선별된 내용만을 수용하기 때문에 편견이 생길 수 있다"며 "관심사 밖의 내용은 소홀히 하는 것은 문제"라고 덧붙였다.
/ 스냅타임 정다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