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히트엔터 최대 주주이기도 한 방 대표의 ‘통 큰 증여’가 매년 110억~140억원대 비용으로 돌아온 셈이다. 빅히트엔터는 다음달 코스피(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앞두고 있다. <본지 9월 9일 자 ‘BTS 500억대 주식 대박에 회사는 적자 걱정…왜?’ 기사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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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시혁 대표는 앞서 지난달 3일 BTS 멤버 7명에게 자신이 보유한 빅히트엔터 주식 47만8695주(1명당 6만8385주)를 공짜로 줬다. 상장 예상 가격을 적용한 증여 주식의 가치는 503억~646억원에 이른다.
빅히트엔터는 이 금액을 올해 47억~61억원(8~12월 5개월분), 내년부터 2024년 말(BTS 전속 계약 종료)까지 매년 114억~146억원가량씩 회사의 영업 비용으로 나눠서 반영하겠다는 것이다.
방 대표 개인의 주식 증여를 회사의 비용으로 처리하는 것은 현행 회계 기준 때문이다.
이 경우 최대 주주의 주식 증여액은 증여한 해에 한꺼번에 기업 비용으로 처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빅히트엔터는 이를 일단 회사 자산에 반영하고 여러 해에 걸쳐 일정액씩 나눠 비용에 반영하겠다는 방침이다. 상장하자마자 회사 실적이 나빠지는 것을 우려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국내 대다수 엔터테인먼트 회사는 소속 연예인에게 지급하는 전속 계약금을 회사의 무형 자산에 반영하고 연예인의 전속 활동 기간에 매년 일정액을 나눠서 비용으로 처리한다. 방 대표의 주식 증여액도 이처럼 무형 자산에 포함하면 손실액이 분산돼 상장 초 ‘어닝 쇼크’(시장 예상을 크게 밑도는 실적을 기록하는 것)를 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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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히트엔터는 방 대표와 BTS 멤버 간 주식 증여 계약의 구체적인 내용을 묻자 “전속 계약 기간과는 무관하다”면서도 “아티스트의 상세 계약 내용은 밝히기 어렵다”고 했다.
만약 방 대표의 주식 증여액이 회사의 자산으로 인정되지 못하면 올해 최대 600억원이 넘는 거액이 빅히트엔터의 영업 비용에 추가될 것으로 예상된다. 빅히트엔터도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일시 비용으로 처리될 경우 주식 보상 비용으로 계상해 영업이익 계산 때 차감될 것”이라고 했다.
방 대표가 개인 재산과 회사의 손실을 무릅쓰면서까지 보유 주식을 BTS 멤버들에게 나눠준 것은 빅히트엔터에서 BTS가 차지하는 중요성이 그만큼 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지난해 BTS 관련 매출액은 빅히트엔터 전체 매출의 97%를 차지했다. 빅히트엔터 소속 연예인(자회사 전속 계약 및 연습생 포함)은 현재 155명에 달하지만 아직 BTS 외에 회사 실적에 큰 도움이 되는 연예인은 없는 상황이다.
다만 대주주의 주식 증여로 회사에 큰 비용이 발생해도 실제 재무 상황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재무제표에는 손실액이 반영되지만, 이는 현금 지출과 무관한 ‘회계상의 비용’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