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합의안 부결…차기 지도부 선거 영향 준듯
민주노총에 27일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위한 중앙집행위원회(중집)를 소집한다. 비대위는 김 위원장의 임기이자 새 지도부가 선출되는 올해 말까지 민주노총을 이끌게 된다. 민주노총은 비대위 체제 아래서 차기 지도부 선출을 위한 선거에 돌입한다.
노사정 사회적대화 참여를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된 김 위원장이 대의원의 동의를 얻지 못한 채 사퇴하면서 민주노총 차기 지도부는 대화 보다는 투쟁을 중시하는 강경파가 장악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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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대의원대회 투표 결과는 단순히 노사정 합의안에 찬반 만의 문제가 아니다. 민주노총이 투쟁 일변도에서 벗어나 대화와 투쟁을 병행하는 조직으로 나아갈 것인가를 묻는 투표였다.
대의원대회 결과가 차기 민주노총 지도부 선거전의 영향을 받았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한 노동계 관계자는 “김 위원장 임기가 올해말로 끝나고 차기 위원장 선거를 해야 한다. 연말 위원장 선거를 염두한 정치적 판단이 작용한 것”이라며 “차기 선거에서 승리하고자 하는 계파 싸움이 이번 사회적 합의안 부결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이 추진한 노사정 합의안이 통과될 경우 향후 민주노총 위원장 선거에서 불리해질 수 있다고 판단한 반대 정파측이 세를 모아 이를 저지했다는 해석이다.
민주노총 사회적대화서 자의든 타의든 배척
법적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에서 민주노총을 제외한 나머지 노사정 주체가 모여 합의안에 따른 구체적 실천 논의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경사노위는 조만간 노사정 대표자가 모이는 본위원회를 열고 합의안을 의결할 예정이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협약식 무산 다음 날부터 경사노위에서 다음 논의를 이어가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코로나19 위기 대응이 시급한만큼 잠정 합의안을 구체적으로 실현하는 이행 논의를 본격적으로 착수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최영기 한국노동연구원 전 원장(한림대 객원교수)는 “타협적인 노사관계를 통한 위기 돌파가 어려워졌다. 매우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차기 민주노총 지도부가 김명환 위원장처럼 사회적대화 참여를 공약으로 내걸고 나올 후보는 없을 것”이라며 “다만 제1노총으로 민주노총 식의 사회적 교섭을 하겠다고 공약할 수 있다. 대의원 투표 결과 합의안 찬성에 40% 지지가 있었기에 완전히 대정부 투쟁으로 돌아설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