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에 쌀·밀 가격 폭등…식량 위기 불씨되나

주요국 수출 제한·물류 차질로 수급 불균형
미국·브라질 공장 폐쇄에 육류 가격도 올라
G20 농산물 정보 공유 등 국제 공조 강화
  • 등록 2020-05-12 오전 5:00:00

    수정 2020-05-12 오전 9:36:37

김현수(왼쪽)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지난달 21일 화상으로 열린 주요 20개국(G20) 특별 농업장관회의에 참여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제공
[세종=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코로나19에 따른 각국 수출 제한 조치 등으로 주요 곡물인 쌀과 밀의 국제가격이 크게 올랐다. 아직까지는 수요대비 공급 여력이 있지만 식량 위기 우려를 간과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주요 곡물의 자급력이 낮은 편인 우리나라의 경우 농산물에서 시작한 식료품 가격 급등현상인 애그플레이션(agflation)을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FAO)의 4월 세계식량가격지수에 따르면 주요 곡물인 쌀과 밀의 가격은 전월대비 각각 7.2%, 2.5% 올랐다. 쌀 가격은 올해 1월부터 4개월 연속 상승세다.

쌀값이 크게 오른 이유는 베트남과 캄보디아 등 주요 쌀 생산국들의 임시 수출 제한 조치와 물류 차질 때문이라고 FAO는 분석했다.

밀은 세계 최대 수출국인 러시아가 곡물 수출 할당량(쿼터)가 소진하면서 7월 1일까지 유라시아경제연합(EAEU) 이외 국가에 대한 수출을 중단하면서 가격이 올랐다. 러시아는 국내 시장과 공급을 보호하기 위해 밀의 수출 할당제를 실시하고 있다.

세계 주요 식량인 쌀과 밀의 교역이 정체를 겪으면서 상대적으로 식량 자급률이 낮은 국가들의 식량 위기는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2017년 기준 사료용을 포함한 곡물 자급률은 23.4%에 불과하다. 쌀의 자급률은 94.5%에 달하지만 최근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밀은 0.9%에 불과하다. 국내 밀 사용량이 10t이라면 9.1t은 수입에 의존하는 셈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농경연)에 따르면 3월 기준 국내 재고율은 밀 40.0%, 쌀 33.2%, 콩 29.1%, 옥수수 26.7% 등으로 비교적 안정적인 수준이다. 주요 곡물의 매입 계약도 3분기 물량까지 체결한 상태다.

문제는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질수록 교역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점이다. 농경연은 장기적으로 주요 곡물 수출국의 수출 제한 조치가 확산하고 항구 봉쇄 조치를 발령할 경우 국내 사용 물량 소진 후 대응할 방안이 마땅치 않다고 지적했다.

육류 가격 상승세도 심상찮다. 미국과 브라질 등 주요 육류 수출국들은 현지 육가공업체 관계자들의 코로나19 감염으로 공장을 폐쇄하는 사례가 늘면서 공급에 차질을 빚고 있다.

미국의 4월 마지막주 쇠고기 생산량은 전년동기대비 30% 감소했고 초이스 등급 쇠고기 상자육 가격은 한달새 90% 이상 뛰었다.

정부도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식량 위기에 국제 공조로 대응해나갈 예정이다. 지난달 주요 20개국(G20)은 특별농업장관회의를 열어 수출 제한 조치를 자제할 것을 촉구했다. 이어 세계 농산물 생산량·재고 정보를 수집·분석하는 농산물시장정보시스템(AMIS)을 활용한 협력을 진행키로 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세계식량가격지수가 3개월 연속 하락한 것을 볼 때 아직 식량위기 현실화 단계는 아니다”라면서도 “코로나19에 대응해 주요 농산물 정보 공유 등 협력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국제 곡물 조기경보지수 추이.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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