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부실구조` 김석균 前 해경청장 등 6명 구속영장 전부 기각

법원 “업무상과실 형사책임 여지 있지만…
현 단계서 구속 필요성·상당성 인정 어려워”
일부는 “혐의 충분히 소명되지 않았다” 판단
  • 등록 2020-01-09 오전 1:43:49

    수정 2020-01-09 오전 1:43:49

세월호 참사 당시 충분한 초동 조치를 취하지 않아 승객을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김석균 전 해양경찰청장이 지난 8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박일경 기자] 세월호 참사 당시 `승객 퇴선유도 지휘` 등 구조에 필요한 주의의무 태만으로 승객 303명 사망과 142명의 상해를 야기한 혐의를 받는 김석균(55) 전 해양경찰청장 등 해경 지휘부 6명의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전부 기각됐다.

김 전 청장 등은 지난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당일 승객들이 배에서 벗어나도록 지휘하는 등 구조에 필요한 주의 의무를 충분히 다하지 않아 303명을 숨지게 하고 142명을 다치게 한 혐의(업무상과실치사상)를 받는다.

임민성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 8일 김 전 청장과 이춘재 전 해양경찰청 경비안전국장, 여인태 제주지방해양경찰청장 등 3명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후 “현 단계에서 도망 및 증거인멸의 구속 사유나 구속의 필요성과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9일 영장을 기각했다.

임 부장판사는 “당시 현장지휘관에 대한 관련 형사판결 등에 의하면 지휘라인에 있었던 피의자가 업무상과실에 의한 형사책임을 부담할 여지가 있다”고 판단하면서도 “사고 발생 후 이번 영장청구에 이르기까지 일련의 수사 및 조사 진행 경과, 그 과정에서 확보된 증거의 수준, 출석 관계 등 수사에 임하는 태도·직업 및 주거 관계 등의 사정과 재난구조 실패에 관한 지휘감독상 책임을 묻는 사안의 성격을 종합 고려했다”고 기각 이유를 설명했다.

지난 2014년 4월16일 세월호 참사 당시 모습. (사진=연합뉴스)


김수현 전 서해해양경찰청장과 김문홍 전 목포해양경찰서장, 유연식 전 서해해경청 상황담당관의 영장심사를 맡은 신종열 부장판사 또한 3명의 영장을 모두 기각했다.

신 부장판사 역시 “조난사고 구조 담당자의 부실구조 또는 구조실패에 따른 형사책임 유무 및 정도가 문제되는 사안”이라며 “2015년 현장지휘자에 대한 형사처벌 전례 등에 비춰 볼 때 상위직급자인 피의자들의 형사책임이 인정될 여지가 없지 않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그는 “사고 발생 시기, 사고 이후 수사 및 조사 진행 경과, 수집된 증거자료의 유형과 내용, 피의자의 현재 신분이나 지위 등 여러 사정과 아울러 `조난사고 구조 담당자의 상황판단 및 대응조치`에 관한 법적 평가를 주요 쟁점으로 하는 사건의 성격을 고려하면 현재까지 제출된 자료만으로는 피의자의 도망이나 증거인멸 염려 등과 같은 구속사유의 존재와 구속의 필요성 및 상당성이 충분히 소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라고 밝혔다.

세월호 참사 이후 5년여 만에 대검찰청 산하에 꾸려진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 단장을 맡은 임관혁 수원지검 안산지청장이 지난해 11월 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브리핑을 열고 출범 각오와 입장 등을 밝히고 있다. 왼쪽은 특수단 부장검사로 합류한 용성진 청주지검 영동지청장, 조대호 대검찰청 인권수사자문관. (사진=방인권 기자)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김 전 청장은 전날 법정 출석 전 기자들과 만나 “저로 인해 유가족의 아픈 마음이 달래질 수 있다면 법원의 결정을 겸허히 따르겠다”면서도 “급박한 상황에서 해경은 한 사람이라도 더 구조하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였다는 말씀은 꼭 올리고 싶다”고 말했다.

영장심사에서도 김 전 청장 측은 현장에서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았다는 등 시스템의 문제는 인정하면서도 구조 실패와 관련된 법적 책임은 없다는 취지로 소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훈 4·16 세월호 참사 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과 김광배 사무처장도 유족을 대표해 영장심사 법정에 섰다. 유족 측은 법정에서 가족들이 받아온 고통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며 복수심 때문에 구속을 원하는 게 아니라 참사의 재발 방지를 위해 책임질 사람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단장 임관혁 안산지청장)은 지난 6일 김 전 청장 등 당시 해경 간부들에 대해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일부 피의자에게는 사고 초동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은 사실을 숨기기 위해 관련 문건을 거짓 작성한 혐의(허위공문서작성·행사 및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도 적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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