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50인 이상 300인 미만 중견·중소기업의 주 52시간제 시행을 앞두고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가 고심에 빠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4일 경제단체장들과의 만남에서 보완책 마련을 약속한데 이어 8일 국무회의에서 국회 탄력근로제 확대 등 52시간제 보완 입법이 어려울 경우 정부 차원에서 가능한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홍남기 경제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또한 지난 4일 기재부 국정감사에서 이달안에 관계부처와 협의를 거쳐 대책을 내놓겠다고 했다.
그러나 문제는 정부가 내놓을 수 있는 카드가 많지 않다는 점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52시간제 시행은 법으로 정해진 사안이어서 기업들이 요구하는 유예조치는 국회가 법개정을 통해 결정할 문제”라며 “현실적으로 가능한 건 계도기간 부여나 재량근로제 대상 확대 정도”라고 말했다.
52시간제 위반사업장이 적발되도 처벌 대신 개선조치를 취하는 계도기간을 부여하는 게 사실상 유일한 방법이다. 그러나 법으로 정한 52시간제를 정부가 무력화한다며 노동계 반발이 거셀 뿐더러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한계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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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시행 당시 정부는 위반 사업장이 적발되도 처벌 대신 개선조치를 요구하는 계도기간을 6개월 부여했다. 이어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이 짧아 어려움을 겪는 기업, 노동시간 단축을 추진 중이나 준비 기간이 부족한 기업에 한해 계도기간을 3개월 연장해 총 9개월의 준비 시간을 줬다.
중소기업에서는 대기업에 계도기간을 9개월 부여했던 것처럼 중소기업에도 준비할 시간을 더 주거나 법 시행 자체를 유예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중소기업에서 원하는 주 52시간제 시행 유예나 유연근로제 확대(선택근로제 정산 기간 확대)하는 방안은 대책으로 내놓기사실상 불가능하다. 모두 법개정이 필요한 조치여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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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연근무제 중에서 법 개정 없이 가능한 선택지는 ‘재량근로제’ 대상을 확대하는 것이다. 정부가 근로기준법 시행령을 바꾸면 가능하다.
재량근로제는 업무 수행 방법을 근로자의 재량에 맡길 필요가 있는 업무에 대해 근로자 대표와 서면 합의로 정한 시간을 근로한 것으로 간주하는 제도다. 실근로시간과 관계없이 합의서에 명시된 시간을 근로시간으로 인정하게 된다.
앞서 지난 7월 고용부는 근로기준법 시행령에 ‘재량간주근로시간제(재량근로제)’의 대상 업무에 금융투자분석(애널리스트), 투자자산운용(펀드매니저) 등 2개 업무를 추가했다. 재량근로제 가이드라인도 만들어 배포했다. 재량근로제 대상은 추가된 2개 업무 외에 △신상품이나 신기술 연구개발 △정보처리 시스템 설계나 분석 △언론의 취재와 편집 △디자인 고안 업무 △방송 프로듀서 등이 재량근로 대상으로 지정돼 있다.
그러나 고용부는 최근 재량근로제 대상을 확대한 만큼 근로기준법 시행령을 또다시 개정해 재량근로제 대상을 확대하기는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 확대를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통과하면 중소기업들도 일정 부분 숨통이 트일 것”이라며 “국감 후 국회 통과에 주력할 방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