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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28일 베트남 하노이. 세계인의 시선을 사로잡았던 제2차 북미정상회담은 실패 아닌 실패였습니다. 합의문까지 준비됐지만 북미정상의 서명은 없었습니다. 그로부터 40여일이 흘렀습니다. 상황 인식은 180도로 다릅니다. 북미 정상이 원하는 바를 보다 분명하게 확인한 것 자체가 ‘의미있는 진전’이라는 낙관론에서부터 애초 합의 자체가 불가능했던 이벤트에 불과한 ‘예정된 실패’라는 비관론도 쏟아지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모든 게 달라집니다. 당분간 진통은 불가피하겠지만 최종적으로 한반도 비핵화와 북미관계 정상화가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에서부터 2018년 화해국면 이전 최악의 상황으로 후퇴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시나리오도 있습니다.
탁자 위에 놓인 컵 속에 정확하게 물이 절반 남아 있습니다. 많은 걸까요? 적은 걸까요? 시선은 엇갈립니다. “물이 반이나 남아있다”는 후한 평가도 있지만 “물이 반밖에 남지 않았다”는 야박한 평가도 있습니다. 만약 컵 속의 물을 가득 채워야 하는 미션이 있다면 전자에게는 상대적으로 쉬운, 후자에게는 매우 어려운 과제입니다. ‘있는 그대로’의 상황을 정확하게 해석하는 게 중요합니다. ‘컵 속의 물’은 북미정상의 하노이 담판 실패 이후 상황과 묘하게 닮아있습니다. 팩트는 단순합니다. 북미정상은 헤어질 때 웃으면서 악수를 나눴습니다. 그 지점에서부터 북미대화를 복기하는 게 우선입니다. 지금으로서는 그게 유일한 해법입니다.
“컵 속의 물, 절반밖에 남지 않았다”…북미정상, 죄수의 딜레마 속 3차회담 난망
2차 북미정상회담 이후 한반도 정세는 미묘합니다. 북미간 엇박자는 대화재개를 위한 주도권 다툼으로만 보기 어렵습니다. 찰떡궁합을 과시했던 한미동맹은 위험 수위를 넘어서고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3차례 정상회담을 거치며 끈끈했던 남북관계도 이상기류가 흐르고 있습니다. 사실상 대화의 동력을 되살리기 힘든 상황입니다. 혹 협상이 이뤄진다한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이전에는 어떤 보상도 없다는 강경론이 득세합니다. 어쩌면 한국전 이후 70년 가까이 이어져온 적대관계 속에서 정상회담 한두 번으로 북한의 비핵화를 해결한다는 건 애초부터 불가능한 일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지금까지와 전혀 다른 새로운 접근법이 요구됩니다. 3차 북미정상회담 재개는 불투명한 게 아니라 오히려 불필요하다는 분석합니다. 거칠게 이야기하면 북한의 비핵화 이행 속임수에 놀아날 것이 아니라 보다 강력한 제재와 압박으로 북한을 굴복시키는 게 필요하다는 힘의 논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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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은 몹시 어렵습니다. 그래도 희망적인 시각은 있습니다. 2차 북미회담에서 합의 실패는 비핵화 정의와 방식을 둘러싼 입장 차이도 있었지만 ‘코언청문회’라는 미국정치 내부적 요인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특히 한반도 평화열차에 탑승한 문재인·김정은·트럼프 등 남북미 3국 정상의 이해관계가 일치한다는 점도 긍정적 전망을 갖게 하는 요인입니다. 우선 문재인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가 절대적입니다. 취임 이후 외교안보 성과를 축으로 국정운영을 주도해온 만큼 ‘베를린구상’으로 상징되는 한반도 평화구상이 실패할 경우 정치적으로 매우 어려운 국면에 놓일 수 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도 인민들에게 풍성한 빵을 선물해야 하고 국제사회의 고립에서도 벗어나야 합니다. 특히 미국과의 관계정상화는 체제보장은 물론 북일수교와 식민지 배상으로 이어지면서 경제발전의 기초를 닦을 수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도 마찬가지입니다. 내년 재선 레이스가 본격화한다는 점에서 올해 말까지는 북핵문제 해결이라는 외교적 성과와 노벨평화상 수상이 필수적입니다. 남북미 정상의 이러한 정치·외교적 목표 달성은 2인 3각의 레이스입니다.
‘문재인 매직’ 다시 한 번 통할까?…김정은 위원장의 전향적인 화답 필요
불가능해보였던 북미대화를 성사시켰던 ‘문재인 매직’이 다시 한 번 통할까요? 현 상황은 북미 양측이 문재인 대통령의 중재를 애타게 기다리는 단계입니다. 북한이 미국을 직접 자극하기보다 우리 정부에 크고작은 불만을 쏟아내는 것이나 미국이 동맹의 관점을 강조하며 남북관계 속도조절론을 제기하는 건 역설적으로 북미가 문재인 대통령의 본격 중재를 요구하는 것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한미정상회담차 방미길에 오릅니다. 이후 대북특사 파견 또는 원포인트 남북정상회담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의 보다 유연한 접근과 전향적인 화답이 절실합니다. 북한과 달리 우리나라와 미국은 최고 권력자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사회가 아닙니다. 북핵협상과 관련해 우리나라는 보수세력 반발과 남남갈등이, 미국도 주류사회의 회의적 시각이 적지 않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한미 양국의 국내 정치적 역학관계와 정서를 고려해 어떤 카드를 제시하느냐에 따라 향후 북미협상의 속도와 폭은 물론 내용 자체가 완전히 달리질 수 있습니다.
컵 속의 물은 절반이나 남았나요? 아니면 절반 밖에 남지 않았나요? 전자라면 북미대화 재개를 통한 한반도 비핵화 문제의 해결이 시간이 걸리겠지만 어렵더라도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역할이 막중해집니다. 후자라면 현 단계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이행과 실천은 북한의 거짓선동에 놀아나는 꼭두각시놀음에 불과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더 이상 북녘 하늘을 바라볼 필요도 없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이른바 ‘스냅백(snapback, 합의 위반시 혜택 철회)’을 전제로 제재완화에 대한 미측의 전향적인 답변만 얻어도 향후 북한을 설득할 수 있는 큰 무기를 얻을 수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오는 12일 금요일 오후 늦게 미국순방을 마치고 귀국할 예정입니다. 비행기에서 내리는 문재인 대통령의 얼굴에 환한 웃음이 묻어날까요? 어두운 그림자가 가득할까요?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라면 어느 쪽에 베팅하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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