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휘발유와 경유 등 기름값이 이처럼 저렴해진 이유는 최근 국제유가가 크게 떨어졌기 때문입니다. 두바이유 가격 흐름을 보면 지난해 10월 4일 배럴당 84.44달러로 연중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그해 12월 26일 49.52달러로 급락했습니다. 그 사이 싱가포르 현물시장에서 거래되는 국제 석유제품 가격 역시 크게 떨어졌습니다. 휘발유는 지난해 10월 초 90달러 안팎에서 12월 말 50달러로, 같은 기간 경유는 100달러 안팎에서 60달러로 급락했습니다. 국내 기름값은 보통 싱가포르 국제 석유제품 가격을 3주 가량 시차를 두고 반영해 결정되기 때문에 올해 1월 말 최저가를 기록한 셈이죠.
요즘, 전세계 휘발유보다 경유가 더 비싸다
그런데 이같은 국제 석유제품 가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다소 특이한 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보통 국내에서는 경유보다 휘발유가 더 비싼게 상식인데, 최근 국제 석유제품 가격은 경유가 휘발유보다 비싸다는 점입니다.
동일 원유를 동일 정제탑에서 정제해 휘발유와 경유를 생산하는 만큼 사실 두 석유제품 간 원가 차이는 대동소이합니다. 다만 휘발유와 경유 간 제품가격이 발생하는 이유는 시장의 수요·공급이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최근 전세계 휘발유 시장은 공급은 넘쳐나는데 수요가 크게 늘지 않아 가격이 떨어졌다면, 반대로 경유는 공급 대비 수요가 강세를 보이며 가격이 연일 오르고 있는 상황입니다.
반면 경유의 경우 IMO(국제해사기구)의 환경규제 영향으로 최근 수요가 크게 늘며 가격 상승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IMO는 2020년부터 황산화물 배출을 줄이기 위해 모든 선박 연료유의 황함량 기준을 0.5% 이하로 낮추도록 규제할 예정입니다. 이에 모든 선박들은 기존 벙커C유에 경유를 섞거나, 아예 선박용 경유(MGO)를 사용해야합니다. 이미 전세계 경유 재고가 크게 줄었고, 향후 수요 증가가 예상되며 가격 역시 오르는 모양새입니다.
실제로 2017년 12월 초만해도 국제 휘발유, 경유 가격 모두 배럴당 70달러 초반대로 유사했지만 지난해 그 격차가 크게 벌어졌습니다. 올해 2월 1일 기준 국제 휘발유 가격은 58.9달러, 경유는 74.2달러로 무려 15.3달러의 차이를 보인 마당입니다.
여전히 휘발유 비싼 韓…다른 나라는?
경유 대비 휘발유에 유류세를 더 붙이는 이유는 ‘기름 한 방울 안 나는 나라’라는 국가적, 국민적 의식이 정책에 반영된 결과입니다.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휘발유는 오로지 승용차에만 사용되는 연료이지만, 경유는 승용차뿐 아니라 생계형 트럭은 물론 건설 중장비 등 산업용 연료로도 사용된다”며 “국민 개개인이 사용하는 휘발유의 사용은 억제하고 국가 경제에 활용되는 경유는 부담을 줄이기 위해 유류세 차등 책정이 이뤄진 셈”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시선을 전세계로 돌려보면 일본과 독일, 프랑스 등 대부분 우리나라와 같이 휘발유에 유류세를 더 붙이는 나라가 대부분입니다. 2007년부터 2016년까지 10년간 OCED 국가들의 휘발유와 경유의 상대가격은 100대 93.2 수준으로 나타났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88.5로 평균보다 경유 가격이 낮은 편에 속했습니다. 다만 이중 캐나다(99.9), 헝가리(99.5), 스웨덴(99.6), 멕시코(100)은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거의 똑같았고, 미국(109.5), 영국(104.2), 스위스(106.3), 이스라엘(109.1), 호주(104.7)는 경유가 더 비싼 나라로 꼽혔습니다.
올해 미세먼지 감축을 목표로 우리 정부가 유류세를 손보겠다는 입장입니다. 경유가 미세먼지 발생의 주범으로 지목된 가운데 현재 휘발유와 경유의 100대 85 수준 상대가격을 100대 91 수준으로 조정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이미 경유 국제가격이 강세를 보이며 국내 휘발유와 경유 상대가격은 100대 91로 오른 마당인데요. 이에 유류세 조정까지 진행된다면, 우리나라도 미국이나 영국과 같이 휘발유보다 경유가 더 비싼 시대가 올 가능성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