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기술25]②수천개 센서로 보행자·신호감지, AI “고, 스톱”…핸들프리 시대 와요

자율주행차(14)
차량 전후좌우에 레이더 등 센서 부착
3D로 신호·표지판 인식해 정보 수집
차량·사물간 통신, AI컴퓨터로 전송
위성으로 위치 파악, 스스로 주행 결정
2030년께 완전자율주행차 상용화 예상
운전석없이 차 안에서 회의·취침 가능
  • 등록 2018-10-22 오전 6:05:00

    수정 2018-12-11 오전 10:03:58

그래픽=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이데일리 피용익 기자] ‘전격 Z 작전(원제: Knight Rider)’을 기억하시나요? 1980년대 국내에 방영된 이 드라마에는 ‘키트(KITT)’라는 자동차가 등장합니다. 키트는 주인공 마이클 나이트(데이빗 핫셀호프 분)의 음성 명령에 따라 스스로 운전하는 최첨단 기능을 보여주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지요. 30여 년 전에 등장한 키트는 놀랍게도 오늘날 기업들이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는 자율주행 자동차에 가장 가까운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자율주행차(autonomous car 또는 self-driving car)는 스스로 도로 상황을 파악해 목적지까지 찾아가는 자동차를 말합니다. 운전자가 핸들과 가속페달, 브레이크 등을 조작하지 않아도, 차량에 장착된 각종 센서를 통해 주변 상황을 판단해 움직입니다.

사람은 그냥 타고 있으면 됩니다. 꽉 막힌 도로에서 운전대를 잡고 있을 시간에 밀린 업무를 볼 수도 있고,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할 수도 있습니다. 아예 편하게 누워서 모자란 잠을 잘 수도 있겠지요. 그래서 자율주행차는 인간의 생활을 근본적으로 바꿔놓을 혁신적인 미래 기술로 꼽힙니다.

자율주행차 핵심은 센서

자율주행차의 작동 원리를 알기 위해선 사람이 자동차를 운전하는 모습을 생각해보면 됩니다. 운전할 때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신체 부위는 눈이지요. 눈을 통해 전후좌우의 차량을 살피고, 교통신호와 도로표시를 인식하며, 갑자기 튀어나오는 사람 등 돌발상황에 대처합니다. 자율주행차에서 눈의 역할을 하는 것은 바로 센서입니다.

자율주행차의 센서는 카메라, 레이더(RAdio Detection And Ranging), 라이다(LIght Detection And Ranging) 등으로 구성됩니다. 이들 센서가 상호작용하며 수집한 정보는 자율주행 시스템이 도로 상황을 파악해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데이터로 활용됩니다.

카메라는 전방에 있는 사물이나 차선, 신호등, 표지판, 보행자 등을 인식하는 기본적인 역할을 담당합니다. 하지만 날씨가 나쁘거나 어두운 환경에선 제 기능을 수행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레이더와 라이다가 카메라의 역할을 보완해주는 역할을 하지요.

레이더는 전자파를 발사해 돌아오는 전파 시간을 측정해 주변 사물과 거리 및 속도를 탐지합니다. 날씨에 구애받지 않고, 단거리부터 장거리까지 감지 할 수 있어 지금도 다양한 첨단운전자지원시스템(ADAS) 기술에 적용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레이더는 물체 형상을 확실하게 인식할 수 없고, 정밀도가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이에 비해 라이다는 고출력의 펄스 레이저를 사용해 대상까지 거리, 방향, 속도, 온도 등을 감지할 수 있고, 고해상도 3차원 공간 정보를 수집할 수도 있어 레이더의 단점을 보완해 줍니다.

자율주행차에는 카메라, 레이더, 라이다를 포함해 1000개가 넘는 센서가 들어갑니다. 각종 센서가 수집한 정보를 처리하기 위해선 인간의 두뇌 역할을 하는 시스템 반도체도 필수적이지요. 자율주행차 기술을 구글이나 엔비디아 같은 IT 업체들이 주도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입니다. 삼성전자도 자동차용 프로세서 브랜드 ‘엑시노스 오토’와 이미지센서 브랜드 ‘아이소셀 오토’를 출시했습니다.

안전성 확보가 관건

본격적인 자율주행차 시대가 오면 차량 접촉사고가 90% 이상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자율주행 시스템은 인간과 같은 실수를 하지 않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2018년 우버의 자율주행차가 보행자를 치어 숨지게 한 사건은 아직 센서 기술이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특히 자율주행차는 셔틀버스 같은 대중교통에 가장 먼저 도입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만큼 섣부른 자율주행차 기술이 자칫 큰 인명사고로 연결될 수 있다는 걱정도 많습니다.

그래서 관련 업계는 자율주행차의 안전성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구글의 자율주행차 ‘웨이모(Waymo)’는 2018년 10월까지 누적 주행거리 1000만마일(1609만Km)을 달성하며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고, 국내에선 현대모비스의 ‘엠빌리(M·BILLY)’가 실차 평가를 통해 안전성을 높이는 연구를 진행 중입니다.

현대자동차가 미국의 인공지능(AI) 전문 스타트업 퍼셉티브 오토마타(P 오토마타)에 전략적 투자를 단행한 것도 안전한 자율주행차를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P 오토마타의 AI 기술은 보행자나 자전거 탑승자가 자동차 주변에서 어떻게 행동할지를 예측하고 판단함으로써 자율주행차가 위험한 상황을 사전에 대비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예를 들어 건널목에 서 있는 사람이 신호등에 맞춰 건널지 아니면 무단횡단을 할지를 미리 예측해 판단할 수 있는 것이지요.

현대차 관계자는 “인간의 행동을 예측하는 AI 기술이 자율주행 기술과 융합되면 안전한 운행 환경을 만드는 데 톡톡한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합니다.

가까이 다가온 자율주행차 시대

이처럼 자동차 스스로 운전하는 획기적인 기술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1980년대부터 미국과 유럽에서 본격화된 연구를 통해 자율주행차의 핵심인 첨단운전자지원시스템(ADAS) 기술이 하나둘씩 개발됐습니다.

미국자동차기술학회(SAE)는 자율주행차의 발달 수준을 여섯 단계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이는 현재 자율주행차 관련 업계에서 통용되는 기준입니다.

레벨0이 일반 자동차라면, 레벨1은 어드밴스트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ASCC), 긴급제동시스템(AEB) 차간 거리 유지 시스템(HDA), 차선 이탈 경보 시스템(LDWS), 차선 유지 지원 시스템(LKAS), 후측방 경보 시스템(BSD) 등 운전 보조기능을 장착한 자동차입니다. 레벨2는 레벨1의 기술 2가지 이상이 동시에 작동합니다. 현재 출시되는 자동차는 이미 레벨2 수준의 자율주행 기능을 탑재하고 있지요.

레벨3부터는 운전의 주체가 사람이 아닌 시스템이 됩니다. 자동차 시스템이 자체적으로 차량을 제어하면서 고속도로에서 자율주행을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자동차 스스로 차량을 제어하지 못할 경우 신호를 보내기 때문에 이 단계까진 사람 운전자가 반드시 탑승해야 합니다.

레벨4는 고도 자율주행 단계입니다. 운전자의 제어가 필요없이 자동차 스스로 주변 환경을 파악해 움직입니다. 그리고 레벨5 단계에선 아예 운전대가 사라집니다. 사람이 타지 않아도 움직이는 완전 자율주행차가 되는 것이지요.

황재호 현대모비스 EE연구소 능동안전제어시스템 설계총괄 이사는 “이미 시험차 수준의 레벨4 도심 자율주행 기술은 국내 완성차 업체를 포함한 주요 글로벌 경쟁사들이 보유하고 있다”면서 “현대자동차는 2021년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이 가능한 기술을 상용화하고, 레벨5 수준의 자율주행차는 2030년 정도에 상용화한다는 계획”이라고 설명합니다.

이렇듯 먼 이야기 같던 완전 자율주행차 시대는 생각보다 가까이 다가와 있습니다. 보스턴 컨설팅 그룹은 2025년 자율주행차 시장 규모가 420억달러로 커지고, 2035년에는 세계 자동차 판매량의 25%를 자율주행차가 대체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이제 자동차에 탑승해 시동을 거는 대신 이렇게 말하는 날이 멀지 않았습니다. “가자, 키트!”.

전격 Z 작전의 한 장면. 주인공 마이클 나이트가 운전대를 잡지 않은 상태에서 키트가 자율주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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