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23.컨트롤 타워를 바로 세우라

  • 등록 2018-03-22 오전 6:00:00

    수정 2018-03-22 오전 6:00:00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여러 사고, 사건, 재난이나 대형 논란을 보면, 항상 언론에서 붙이는 표현이 있다. “컨트롤 타워가 없다.”

언론에서 컨트롤 타워가 없다고 단언하는 이유는 위기관리 주체의 위기관리 행태가 오락가락, 우물쭈물, 좌충우돌하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일 것이다.

원래 컨트롤 타워란 인간의 신체에 비유했을 때 ‘뇌(Brain)’와 유사하다. 인간이 활동하고 살아가는 데 있어서 ‘뇌’의 존재를 한번 생각해 보자. 일단 ‘뇌’가 없다면, 사람은 사람다운 생활을 할 수 없다. 고차원적 생각이나 커뮤니케이션은커녕 기본적으로 숨을 쉬거나, 눈을 깜빡이거나, 몸을 움직이거나, 먹고 배출하는 기능 대부분이 정상적이지 않게 된다. 마치 인체 여러 조각을 합쳐 만들어 놓은 소설 속 괴물 프랑켄슈타인의 모습이 상상될 것이다.

중대한 위기가 발생했을 때 왜 위기관리 주체는 마치 괴물 프랑켄슈타인 같은 행동을 보이게 될까?

기업의 경우에는 그런 컨트롤 타워 부재의 문제는 전혀 없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기업의 경우에도 밖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의사결정 구조라 그렇지, 상당수 기업이 위기 시 컨트롤 타워의 부재 또는 부실을 공히 경험한다.

평시에는 정상 운영되고 있던 것으로 보이는 컨트롤 타워가 왜 위기만 발생하면 사라져 버릴까?

첫째, 위기가 발생하면 신속함이 강조되기 때문이다. 컨트롤 타워에는 이 신속함이라는 압력이 엄청난 부담이다.

평시 사업적 의사결정은 분기, 반기 또는 년 단위 흐름에 의해 신중하게 결정되는 구조라면, 위기 시 의사결정은 분과 시간을 다툰다. 또한 초기부터 내내 내외부 상황이 실시간으로 바뀐다. 평시 튼튼해 보이던 컨트롤 타워에도 부하가 걸린다. 타이밍 개념을 상실하게 된다.

둘째, 불확실성이 극대화 된다. 컨트롤 타워에 이 불확실성이라는 것은 마치 분주한 공항 상공을 컨트롤하는 타워 주변에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두꺼운 안개가 낀 상황에 비유 된다.

컨트롤 타워가 어떻게든 그 안개를 뚫고 착륙을 원하는 비행기들을 관제할 수 있어야 하는데, 대부분의 컨트롤 타워는 경험이나 전문성 부족을 이유로 관제 실행 자체를 주저한다. 외부에서 볼 때 해당 컨트롤 타워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게 된다.

셋째, 조급함에 각자 무언가를 하게 된다. 앞서 이야기했던 상황과 일련의 이야기다. 신속함과 정확함을 상실하고 주저하고 있는 컨트롤 타워 때문에, 일선 담당자들은 조급함에 빠진다.

일단 무언가를 해서 해당 상황을 관리해야 하겠다고 생각한다. 쏟아지는 이해관계자의 압력을 견뎌내지 못하고 일단 할 수 있는 것을 하려 한다. 누구는 활주로에 서서 착륙 비행기에 수신호를 보내고, 누구는 봉화를 피우고, 누구는 안개를 없애려 선풍기를 틀고 하는 각자 실행이 발생한다. 물론 컨트롤 타워는 이들이 무엇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알지 못하는 상황이 된다.

이상처럼 위기관리 현장에서 회자되는 컨트롤 타워의 문제 모두는 한가지 가장 큰 원인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컨트롤 타워가 미리 훈련 받고, 평시 위기 관제를 하지 않고 있는 것이 가장 중요한 문제의 뿌리다.

항상 사건, 사고, 재난, 논란이 발생하면 그때 컨트롤 타워를 가동한다고 한다. 참 재미있는 말이다. 분주한 공항에서 비행기들이 이착륙 하다 충돌해 불타는 사고가 나야지만 컨트롤 타워가 가동된다는 생각 말이다. 그러다 보니 매번 준비돼 있지 않다. 전문성은 시간이 가며 희석된다. 가동 했는데도 손발이 맞지 않는다. 오랜만에 가동하니 대부분 컨트롤 타워 장비와 시설들이 녹슬어 있다. 이런 상황이니 어떻게 제대로 된 위기관리가 가능할까?

언론들은 앞으로도 위기가 발생하면 똑같이 “컨트롤 타워가 없다” “컨트롤 타워가 보이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할 것이다. 그에 대해 정부나 조직 그리고 기업들은 “앞으로 제대로 된 컨트롤 타워를 만들겠다” “컨트롤 타워 기능을 재정비 강화 할 것”이라는 판에 박힌 답변을 내놓을 것이다.

분명한 것은 컨트롤 타워라는 것은 인간의 신체에서 ‘뇌’라는 부분이며, 그 ‘뇌’라는 부분은 신체의 가장 중요한 중심이라는 것이다.

당연히 정부, 조직, 기업에서도 그 컨트롤 타워는 그 해당 조직의 수뇌를 의미한다. 정부라면 지도자를 의미하고 조직에서는 조직의 장, 기업에서는 대표이사 또는 오너를 의미한다. 그를 둘러싼 실세 조직을 광의로 컨트롤 타워라고 부르게 될 것이다.

“컨트롤 타워가 없다”라는 지적은 “위기 시 지도자가 지도하지 않았다”는 의미인 셈이다. “컨트롤 타워가 보이지 않았다”는 의미는 “조직의 장이 위기관리를 하지 않고 숨어 버렸다”는 의미인 셈이다. “앞으로 제대로 된 컨트롤 타워를 만들겠다”라는 의미는 “제대로 된 대표이사와 오너를 구하겠다”는 의미까지 될 수 있다.

왜 그의 답변이 말이 안 되는 것인지 이해가 가는가? 그들의 약속이 근본적으로 지켜질 수 없는 이유가 보이나? 리더가 준비돼 있어야 한다. 그들이 먼저 훈련 받고, 그들이 스스로 컨트롤 타워로서 자신감을 지닐 수준이 되어야 맞다. 그러지 않으니 문제다.

필자 정용민은 누구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펑" 폭발음..포항제철 불
  • 필드 위 여신
  • 노병, 돌아오다
  • '완벽 몸매'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