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커방한금지 1년]③심기 뒤틀리면 영업방해…脫중국 빨라진다

롯데, 사드 부지 제공 이후 중국 정부 타깃
중국 현지선 영업방해 활동 노골적…관광상품서 배제하기도
노골적 보복 조치 부인하는 중국 정부…시장서 떠나는 유통업체들
  • 등록 2018-03-19 오전 6:00:00

    수정 2018-03-19 오전 6:00:00

지난해 중국에서 사업을 철수한 이마트는 대체 시장으로 베트남을 주목하고 있다. 이마트는 2015년 ‘고밥점’을 오픈하며 베트남 시장에 진출했으며 2019년 2호점을 열 예정이다. 베트남 소비자들이 이마트 고밥점에서 쇼핑을 하고 있는 모습.(사진=이마트)
[이데일리 송주오 기자] 2017년 3월 15일. ‘기회의 땅’으로 여겨졌던 중국 시장의 문이 닫혔다. 우리 정부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불만을 표했던 중국 정부가 단체 관광객(유커) 상품 판매를 금지해버린 것이다. 그로부터 1년여 동안 국내 유통업계는 중국 리스크를 몸소 체험했다. 경제적 손해는 물론이고 기업의 생존까지 위협받았다. 기업 성장에 발목을 잡은 중국 시장을 등지는 업체들이 늘어나면서 탈(脫) 중국이 가시화되고 있다.

한·중 간 정치 갈등 요소이던 사드가 경제 영역으로 넘어온 것은 2016년 9월부터다. 국방부가 사드 부지를 성주군 성산포대에서 소성리 롯데 스카이힐골프장으로 변경하면서 본격화했다. 정부의 요구에 응할 수밖에 없었던 롯데는 사드 부지 제공 이후 노골적으로 중국 정부의 영업방해 공작에 시달려야 했다.

우선 중국 내 롯데마트가 소방법 위반으로 영업정지를 당했다. 몇 개월 만에 99곳 중 87곳이 영업정지를 당했다. 나머지 매장도 문만 열었을 뿐 중국 현지의 반한 감정으로 정상적인 영업을 하지 못했다. 수익은 나지 않지만 매장 관리를 위한 비용은 지속적으로 발생했다. 현재까지 롯데마트가 중국 정부의 사드 보복 조치로 입은 피해액만 1조2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비용만 발생하는 중국 롯데마트는 자금난에 빠졌고 롯데그룹이 7000억원 가량의 긴급자금을 투입해 연명해오다 작년 9월 매각을 결정했다.

하지만 중국 시장에서 발을 빼는 것도 쉽지 않았다. 현장 실사가 진행된 것은 최근에 이르러서다. 그동안 중국 정부에서 매입 희망 업체에 인수 후 정상적인 영업을 보장한다는 메시지를 건네지 않았기 때문이다. 롯데그룹을 표적으로 ‘우리의 심기를 건드리면 어떻게 되는지 보여주겠다’는 중국 정부의 의도를 표출한 것이다.

현지 합작사들과의 파트너십에도 갈등이 불거졌다. 롯데홈쇼핑은 2021년까지 중국 사업을 철수할 계획이다. 2010년 중국 홈쇼핑채널 럭키파이의 지분 23.3%를 인수하며 중국 홈쇼핑 시장에 진출한 롯데홈쇼핑은 5개 지역으로 사업을 확장했었다. 하지만 현지 파트너사와의 문제 등으로 2011년 2곳의 사업권을 팔았고 올 초 나머지 3곳 가운데 2곳의 매각을 진행했다. 이어 남은 충칭 지역 사업권 만료 기간인 2021년 중국에서 완전히 철수할 계획이다.

현대홈쇼핑 역시 현지 파트너사와의 갈등으로 시장 철수를 검토하고 있다. 현지 파트너사가 아무런 통보도 없이 무단으로 방송 송출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의 의중을 기업 간 신뢰보다 중요하게 여기는 중국 기업들의 민낯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다.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지난해 11월 국내 유통업계는 희망고문을 겪었다. 중국 정부에서 베이징과 산둥성에 한해 단체 관광상품 판매를 재개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날아들었다. 다만 롯데그룹 계열사의 서비스는 이용하지 말라는 조건을 달았다. ‘중국인을 상대로 사업을 하려면 우리(중국)에게 잘 보여라’는 일종의 협박성 메시지를 보낸 셈이다. 생색내기용 상품 재개 방침에 희망을 품었던 관련 업계는 다시 한 번 망연자실했다.

사드 보복 조치 1년은 국내유통업계에 많은 상처를 남겼다. 면세점 업계의 수익성이 크게 낮아졌으며 일부는 사업권을 반납하는 극약처방도 내렸다. 화장품 업체에서는 적자전환 업체가 생겨났으며 뷰티업계 간판인 아모레퍼시픽도 30%가량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지주사 전환 이후 첫 역신장이다.

중국 정부는 한결같이 사드 보복 조치를 부인하고 있다. 민간에서 자발적으로 하는 경제 보복이라는 논리다. 지난해 10월 31일 한중관계개선 합의문 작성 당시에도 이 같은 태도를 보였다.

중국 정부가 사드 보복 조치를 강행하는 사이에 한국의 대(對) 중국 비즈니스는 2017년 3월 15일에서 멈췄다. 끊임없이 성장을 고민하는 우리 기업들이 중국을 떠나 새로운 시장 개척에 노력하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사드 보복 1년여 동안 우리 업체들이 중국 시장의 실태를 뼈저리게 경험했다”며 “차이나드림은 악몽이 됐다. 예측할 수 없는 중국 시장을 대신해 새로운 시장을 발굴하려는 시도가 가속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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