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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간 정치 갈등 요소이던 사드가 경제 영역으로 넘어온 것은 2016년 9월부터다. 국방부가 사드 부지를 성주군 성산포대에서 소성리 롯데 스카이힐골프장으로 변경하면서 본격화했다. 정부의 요구에 응할 수밖에 없었던 롯데는 사드 부지 제공 이후 노골적으로 중국 정부의 영업방해 공작에 시달려야 했다.
우선 중국 내 롯데마트가 소방법 위반으로 영업정지를 당했다. 몇 개월 만에 99곳 중 87곳이 영업정지를 당했다. 나머지 매장도 문만 열었을 뿐 중국 현지의 반한 감정으로 정상적인 영업을 하지 못했다. 수익은 나지 않지만 매장 관리를 위한 비용은 지속적으로 발생했다. 현재까지 롯데마트가 중국 정부의 사드 보복 조치로 입은 피해액만 1조2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비용만 발생하는 중국 롯데마트는 자금난에 빠졌고 롯데그룹이 7000억원 가량의 긴급자금을 투입해 연명해오다 작년 9월 매각을 결정했다.
하지만 중국 시장에서 발을 빼는 것도 쉽지 않았다. 현장 실사가 진행된 것은 최근에 이르러서다. 그동안 중국 정부에서 매입 희망 업체에 인수 후 정상적인 영업을 보장한다는 메시지를 건네지 않았기 때문이다. 롯데그룹을 표적으로 ‘우리의 심기를 건드리면 어떻게 되는지 보여주겠다’는 중국 정부의 의도를 표출한 것이다.
현대홈쇼핑 역시 현지 파트너사와의 갈등으로 시장 철수를 검토하고 있다. 현지 파트너사가 아무런 통보도 없이 무단으로 방송 송출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의 의중을 기업 간 신뢰보다 중요하게 여기는 중국 기업들의 민낯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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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보복 조치 1년은 국내유통업계에 많은 상처를 남겼다. 면세점 업계의 수익성이 크게 낮아졌으며 일부는 사업권을 반납하는 극약처방도 내렸다. 화장품 업체에서는 적자전환 업체가 생겨났으며 뷰티업계 간판인 아모레퍼시픽도 30%가량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지주사 전환 이후 첫 역신장이다.
중국 정부가 사드 보복 조치를 강행하는 사이에 한국의 대(對) 중국 비즈니스는 2017년 3월 15일에서 멈췄다. 끊임없이 성장을 고민하는 우리 기업들이 중국을 떠나 새로운 시장 개척에 노력하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사드 보복 1년여 동안 우리 업체들이 중국 시장의 실태를 뼈저리게 경험했다”며 “차이나드림은 악몽이 됐다. 예측할 수 없는 중국 시장을 대신해 새로운 시장을 발굴하려는 시도가 가속화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