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소화제] 평창올림픽 종합 1위는 리히텐슈타인?

올림픽 순위의 경제학
GDP 대비 메달순위..2위는 노르웨이
  • 등록 2018-02-25 오전 9:00:00

    수정 2018-02-25 오전 9:00:00

리히텐슈타인 국기
[이데일리 조진영 기자] 스위스와 오스트리아 사이의 작은 나라. 리히텐슈타인이 평창동계올림픽에서 국가별 종합순위 1위에 올랐습니다. 2위는 북유럽의 강호 노르웨이가, 3위는 동유럽에 위치한 벨라루스가 차지했습니다.

스포츠에선 ‘돈도 실력’

“이게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냐” 하실텐데요. 이 순위는 웹사이트 ‘메달스 퍼 캐피타’가 계산한 ‘경제규모 대비 메달순위’입니다. 국가별 국내총생산(GDP)을 메달 개수로 나눈거죠. 이 순위를 만든 크레이그 네빌 매닝은 “부유한 나라가 더 많은 메달을 따는 건 당연한 일”이라며 “GDP 대비 우수한 성적을 낸 국가가 어느 곳인지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똑같은 100점이라면, 고액과외를 받은 학생보다 가난한 학생이 받은 점수의 가치를 더 높게 평가해야 한다는 얘기죠.

특히 스포츠에서는 경제규모를 감안해 순위를 매기는 게 더 공정할 수 있습니다. 운동선수가 좋은 결과를 내기 위해서는 잘 먹고, 푹 쉬는 게 기본인데, 따지고 보면 이게 다 돈이기 때문입니다. 식단관리 해야죠, 훌륭한 감독 모셔와야죠, 장비는 물론이고 유니폼 재질에도 신경을 써야 합니다. 0.001초 차이로 승부가 갈릴 수 있으니까요.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 정유라 씨가 “돈도 실력이야”라고 했는데, 스포츠에선 이를 전적으로 부인하기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매닝은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경제규모 대비 메달순위를 계산했습니다. 그리고 조금 더 정교한 결과를 내기 위해 메달별로 가중치를 뒀습니다. 금메달 4점, 은메달 2점, 동메달 1점. 이런 식으로 ‘메달포인트’를 계산한 겁니다. 1등이나 2등이나 3등이나 메달의 가치는 모두 소중하지만 1인자가 되려면 2·3인자에 비해 훨씬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한 거죠. 50점 맞는 학생이 70~80점을 받는 것보다 90점 맞는 학생이 95점 맞기가 더 어려운 것처럼요.

中·美·日, 경제규모 대비 메달 수 적어

메달스 퍼 캐피타가 집계한 경제규모 대비 메달순위
기준에 따라 순위를 다시 매겨보면 우리가 알던 국가별 순위와 차이가 큽니다. 리히텐슈타인을 볼까요? 이 나라는 이번 올림픽에서 동메달 한 개를 획득해 종합순위 27위를 기록했습니다. 그러나 경제규모 대비 메달순위는 1위입니다. 지난해 리히텐슈타인의 GDP(세계은행 기준)는 49억 달러인데요. 메달포인트 1점(동메달 1개)을 기준으로 하면 경제규모에 비해 효율이 가장 높습니다.

37개의 메달을 획득하며 종합 1위를 기록한 노르웨이는 경제규모 대비 메달순위에서 2위로 밀려났습니다. 메달을 많이 따고도 2위를 기록한 이유는 1위에 비해 경제 규모가 100배 가량 크기 때문입니다. GDP는 4855억 달러인데 메달포인트는 90점이네요. 노르웨이가 이 순위에서도 1위를 하기 위해서는 최소 메달 5개(금 1, 은 2, 동 1)를 더 땄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한편 금메달 2개, 은메달 1개로 종합 14위를 기록한 벨라루스는 경제규모 대비 메달순위 3위를 기록합니다. 슬로바키아(4위)와 체코(8위) 슬로베니아(10위) 라트비아(12위)의 선전도 눈에 띄는군요.

반면 중국(27위)과 미국(25위), 일본(23위)은 경제규모에 비해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습니다. 중국의 경우 금메달 1개와 은메달 6개, 동메달 2개를 획득했는데요. 지난해 GDP가 7조 2981억 달러였던 점을 감안하면 메달포인트 1점당 GDP가 4054억 달러라는 계산이 나옵니다. 1위인 리히텐슈타인(49억 달러)에 비해 82배나 비효율적인 거죠. 물론 이러한 분석이 절대적이진 않습니다. 특별출전권 등으로 국가별로 낼 수 있는 선수가 정해져 있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한국도 종합순위가 7위지(25일 오전 9시 현재 기준)만 경제규모 대비 메달순위는 14위로 격차가 조금 있는 편입니다.

메달 종목 늘어난 대한민국

경제규모가 작은 나라들은 적은 비용으로 많은 메달을 딸 수 있는 종목에 집중합니다. 한국이 동계올림픽에서 쇼트트랙 선수 육성에 집중해왔던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습니다. 아이스하키는 장비를 갖추고 6명(엔트리 23명)이 열심히 뛰어봐야 메달 1개를 따는데, 쇼트트랙은 뛰어난 선수 1명이 메달 4개를 목에 걸 수 있으니까 효율이 높습니다.

반면 경제 규모가 큰 나라들은 투입 대비 효율을 잘 따지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특정 종목에 치우치기보다 다양한 종목을 육성해 ‘상향 평준화’를 이루는 거죠. 2006년 토리노동계올림픽 당시 쇼트트랙(10개)과 스피드스케이팅(1개) 등 2개 종목에서만 메달을 땄던 한국이 쇼트트랙과 스피드스케이팅, 스켈레톤, 컬링, 스노보드 등 5개 분야에서 성과를 냈다는 건 주목할만한 변화입니다.

지난 15일 강원도 평창군 슬라이딩센터에서 열린 남자 스켈레톤 1차 경기에서 대한민국 남자 스켈레톤 대표 윤성빈이 결승선을 통과하고 있다. 윤성빈은 이 종목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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