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블루오션 노리는 '반려동물 보험'

김용덕 손해보험협회장
  • 등록 2018-01-10 오전 6:00:00

    수정 2018-01-10 오전 6:00:00

제주도에 사는 유명 연예인 부부의 집을 민박집으로 개방해 투숙객들의 소소한 일상을 생생하게 담아낸 프로그램을 시청한 적이 있다. 특별한 에피소드 없이도 아름다운 제주 풍경과 잔잔한 민박집의 하루는 시청자의 공감을 불러일으켜 큰 사랑을 받았다. 그 사랑의 대상에는 개 5마리와 고양이 3마리 반려동물도 있었다.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고 어슬렁거리는 장면은 보는 이에게 특별한 재미를 더했다.

이제 반려동물과 함께 침대에서 뒹구는 모습이 낯설지 않을 정도로 반려동물은 우리 삶 속으로 깊이 들어왔다. “국민소득 2만달러에서 3만달러가 되는 과정에 반려동물이 인격화하면서 인생의 반려자가 된다”는 분석은 반려동물 800만 마리와 동거하고 있는 우리 사회에 그대로 적용된다.

선진국에서 반려동물은 이미 생활을 함께하는 형식적 ‘반려자’의 개념을 넘어 인간사회와 경제에 없어서는 안 될 구성원으로서 자리매김하고 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스카이라인을 즐길 수 있는 해안가에는 대규모 ‘Dog Park’가 조성돼 있다. 연간 100만명이 넘는 방문객이 찾는 이곳에서는 반려동물을 동반해 수영, 낚시, 놀이터, 캠핑 등 다양한 여가활동을 즐길 수 있다. 최근 5년간 미국 전역에 이와 같은 Dog Park가 20% 넘게 증가하고 있어 공원 주변 지역경제와 반려동물 연관 시장에 큰 활력을 주고 있다.

실제 미국의 반려동물 산업은 2000년도에 비해 두 배 이상 성장해 2016년 620억 달러(약 74조원)를 기록했다. 미국 노동통계국(Bureau of Labor Statistics)은 2026년까지 반려동물 돌봄 과 서비스 관련 직업이 5만8700개, 수의사 1만4400명, 수의보조 1만6300명 등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반려동물 관련시장은 2015년 1조8000억원 규모이며 반려동물 수 증가와 함께 2020년에는 6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반려동물은 유통, 사료, 용품업(샴푸 등), 동물병원 등 전통적인 연관 산업을 넘어 선진국 사례와 같이 의료, 교육, 정보기술, 관광산업 등 신종산업으로 파생하고 새로운 전문 일자리를 창출할 잠재력이 크다.

하지만 동물병원 진료비 부담은 반려동물 시장을 활성화하는데 현실적 장애 요소가 되고 있다. 지인 중에 자신을 반려견의 엄마라고 하는 분이 있는데 반려견이 노령인 탓에 피부나 관절질환이 잦아져 병원에 갈 때마다 몇 만원까지 지출하다 보니 경제적 부담이 적지 않다고 한다. 그래서 그 지인은 반려견을 키우려는 사람을 볼 때마다 반려동물보험을 사전에 가입하라는 충고를 한다.

이렇듯 반려동물보험은 동물병원 진료비 부담 완화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아직은 병원마다 진료비 차이가 크게 나고 일부 동물병원의 중복·과잉치료 등 문제로 손해율 관리가 어렵다. 그러다보니 몇몇 보험회사는 사업을 철수했고 현재 3개 손해보험회사만 취급하고 있다.

정부의 공약사항인 표준 진료비제도가 도입되면 앞으로 동물병원의 진료비로 발생하는 보험금 예측이 더욱 정밀해져 노령 견까지 보장할 수 있는 다양한 상품 출시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근 개 물림 사고로 ‘도그 포비아’가 사회적 갈등요인으로 불거진 상황에서 우리나라도 미국, 영국과 같이 맹견 배상책임보험 가입 의무화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에 진입하는 올해 반려동물 소유가구의 부담을 완화하고 반려동물을 기존의 가축의 개념이 아닌 사회 동반자로서 대우하는 정책적 지원 방안을 구체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 반려동물 연관 산업을 종합적으로 육성하는 통합 법률을 만들고 사회안전망으로서 보험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진료비 표준 수가제, 등록제 정착 등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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