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아파트 모델하우스 개관을 앞두고 분양 준비에 한창인 대형 건설사 관계자 말이다. 11·3 부동산 대책과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승, 집단대출 규제 등 분양시장에 악재가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이를 비웃듯 새 아파트 분양 물량이 대거 쏟아져 나오고 있다. 특히 11·3 부동산 대책 후속 조치로 분양보증서 발급 등 행정절차가 늦어지면서 최근 3주째 대기상태였던 분양 아파트들이 이번 주 일제히 분양에 나선다.
부동산114가 집계한 통계에 따르면 25일 모델하우스 문을 열고 분양에 돌입하는 아파트는 전국 35개 단지 2만 6258가구에 달한다. 이 중 규제가 강화된 조정 대상지역(서울·수도권 주요 도시·부산 일부·세종시 등)에서만 10개 사업장이 분양에 돌입한다.
서울에서는 7개 아파트 단지가 동시에 모델하우스 문을 열고 분양에 들어간다. 11·3 대책 발표 이후 4주 만에 선보이는 분양 아파트로 일반분양 물량은 2624가구다. 7곳 모두 청약대기자들이 오랫동안 기다려온 알짜 단지로 꼽힌다.
서울지역에서 나오는 물량은 분양 계약 후 강남권은 입주 때까지, 이외 지역은 계약 후 1년 6개월간 분양권 전매가 금지된다. 2주택자나 세대원, 5년 내 당첨 사실이 있는 경우 1순위 청약 자격도 박탈된다. 그런데도 건설사들은 조기 완판(100% 계약)을 자신하고 있다. 분양 아파트 대부분이 기반시설이 잘 갖춰진 재개발 단지인데다 새 아파트 분양을 기다려온 지역 대기수요도 많아서다.
가격 측면에서도 경쟁력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촌그랑자이의 경우 분양가를 바로 인근에 분양한 신촌숲 아이파크와 비슷한 3.3㎡당 평균 2400만원대로 책정했다. 경희궁 롯데캐슬도 전용 59㎡형은 3.3㎡당 2270만원, 전용 84㎡형은 2190만원 선이다. 2년 전 인근에서 분양한 ‘경희궁 자이’는 분양가가 3.3㎡당 평균 2280만원이었다. 송파구에 나오는 잠실올림픽 아이파크 분양가도 지난해 선보인 ‘송파 헬리오시티’보다 낮은 3.3㎡당 평균 2605만원에 책정됐다.
분양 러시에 ‘소화불량’ 우려도
서울은 상황이 그나마 나은 편이다. 정부가 서울 등 일부 지역을 조정 대상지역으로 묶자 규제 대상에서 비껴난 지역에서는 밀어내기 분양이 급증하면서 양극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실제로 이달 셋째주까지 지방과 비조정 대상지역에서 나온 분양 물량은 42개 단지 2만 8418가구(임대 포함)나 된다. 앞으로 연말까지 추가로 나올 전국 공급 예정 물량도 92개 단지 7만 5000여가구에 이른다.
눈길을 끄는 것은 정부가 미분양 관리지역으로 선정, 분양보증 절차를 까다롭게 한 26개 지역에서도 여전히 신규 분양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 지역은 추가 미분양 주택도 급증하고 있다. 이달 인천 영종지구에서 나온 ‘영종 푸르지오 자이’ 공공분양(1604가구) 아파트는 평균 0.27대 1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했다. 10개 주택형 모두 1·2순위 미달됐다. 경기도 평택시에서 분양된 ‘힐스테이트 평택3차’도 전용 64㎡형만 청약경쟁률 1 대 1을 기록했을 뿐 나머지는 모두 순위 내 마감에 실패했다. 평택 신장동 메디슨스퀘어 3차도 전 주택형 미달됐다. 같은 달 용인시에서 선보인 ‘용인 보라 효성해링턴플레이스’는 청약경쟁률이 0.61대 1, 화성 동탄2신도시에서 분양된 ‘동탄2신도시 중흥S클래스 에듀하이’는 임대주택인데도 0.63대 1에 그쳤다.
밀어내기 분양이 급증하는 것은 시장에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서둘러 분양을 끝내려는 건설사들의 심리적 부담이 커진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부동산 연구위원은 “서울을 포함해 실수요가 많은 지역은 정부의 부동산 규제에도 계약률이 원만할 것으로 보이는 반면 나머지 지역은 대출 금리 인상 등으로 부담이 커진 상황”이라며 “밀어내기 분양으로 인한 양극화 현상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