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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2. 지난해 7월, 대구에 거주하는 김모씨는 기원에서 만난 정모씨 등과 함께 술값 내기 점당 100원짜리 고스톱을 쳤습니다. 갑작스러운 경찰의 출동으로 고스톱은 20분 만에 중단됐고 판돈 8만원은 현장서 압수당했습니다.
추석 연휴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고스톱은 오랜만에 만난 반가운 친척들과 즐길 수 있는 놀이 가운데 하나입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자신의 경제력보다 훨씬 높은 돈이 오가거나 오락이 아닌 수익목적이라고 판단되면 점당 100원짜리 고스톱도 도박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앞서 소개한 사례는 흔하게 볼 수 있는 판돈 10만원 미만의 소액 고스톱입니다. 다른 점이라고 하면 사례2의 판돈이 사례1과 비교해 3배 가까이 높았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법원은 사례1은 도박으로 판단해 처벌했고, 사례2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사례1의 오씨에게 유죄가 선고된 결정적인 이유는 경제적 능력 때문입니다. 오씨는 한 달에 10~20만원으로 생활하는 기초생활수급자였습니다. 인천지법은 “오씨는 현재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10만원짜리 집에서 정부보조금과 가족들 도움으로 살고 있다”며 “오씨의 입장에서 판돈 2만 8700원은 결코 작지 않다”며 벌금 30만원 선고유예를 선고했습니다.
반면 사례2의 김씨 그리고 김씨와 함께 화투놀이를 한 사람들은 오씨와 달리 일정한 직업이 있어 경제적 능력이 충분했습니다. 또 고스톱 이익금으로 함께 술을 마시기로 약속까지 한 상태였죠. 대구지법은 “여러 사정을 고려할 때 사건 도박은 일시 오락에 불과하다”며 “심신의 긴장을 해소하는 오락은 국가정책적 입장에서 보더라도 허용된다”며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그렇다면 명절날 가족들과 즐기는 고스톱이 도박이 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윤수복 법무법인 민 변호사는 판돈을 20만원 이하로 낮추라고 조언합니다. 윤 변호사는 “기초생활수급자가 아닌 일반적 경제력을 가진 사람을 기준으로 볼 때, 경찰은 판돈 20만원이 넘지 않으면 대게 형사입건 대신 훈방조치 혹은 범칙금만 물린다”고 설명합니다. 또 “도박신고는 대부분 돈을 잃은 사람들이 서운함 때문에 하는 경우가 많으니 진 사람도 배려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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