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주의, 진실과 오해

  • 등록 2007-01-10 오후 12:21:00

    수정 2007-01-10 오후 12:21:00

[조선일보 제공] 얼마전 영화배우 기네스 펠트로의 다이어트 식이 화제가 된 적 있다. 채식주의자로 알려진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바로 우리의 비빔밥. 그녀의 전(前) 요리사에 따르면 흰 쌀밥에 콩나물, 커다란 두부와 양념이 적게 들어간 김치 올려 잘 비벼 먹는 게 그녀의 특별 식단이라고 했다. 출산 뒤 늘어난 몸무게를 줄이면서도, 영양 균형을 맞추는 데 비빔밥만한 게 없다는 평가였다.

내로라하는 스타들이 ‘난 채식주의자’라고 줄줄이 공표해서인지, 채식주의자 하면 뭔가 남다르고, 뭔가 좀 여유로워 보인다. 의학적 연구결과도 놀랍다. 미국 의학 협회 저널에 따르면 “채식은 혈관이 막히는 것을 97% 막아준다”고 한다. 하지만 채식주의, 정말 권할 만할까? 태아 영양공급이 중요한 임신부들의 채식주의는 위험하지 않을까? 채식주의에 관한 속설과 오해, 그 팽팽한 공방을 알아본다.

◆채식주의는 무조건 좋다? “영양공급 문제, 특히 임신부는 피해야” vs “식물성 단백질이 있다”

보건산업진흥원 김초일 박사는 “우유와 계란까지 먹는 락토-오보 베지테리언까지는 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지만, 완전 채식주의는 지양돼야 한다”며 “특히 임신부가 채식주의일 경우 태아에게 영양공급이 충분치 않아 건강에 치명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해외에서는 채식주의자들이 결혼할 때 태아의 건강을 위해 채식주의를 더 이상 하지 않도록 권장하고 있다.

또 성장기에 반드시 동물성 단백질이 필요하다는 게 상식.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생명과 환경을 살리는 채식모임’(www.veg.or.kr)측은 식물성 단백질에서도 충분히 필요한 만큼의 영양소를 섭취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쌀밥 1공기에 단백질이 7~10g, 콩은 100g당 쇠고기 21g의 2배에 가까운 35~41g이나 들어 있다고. 또 필수 아미노산은 우리 몸에서 합성할 수 없어 잡곡·채소로 섭취해야만 하는데, 상추, 딸기 등 야채·과일을 비롯한 쌀, 보리, 밀, 콩 등 모든 잡곡·채소에 필수아미노산이 풍부하게 함유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채식주의자는 뇌세포 발달에 중요한 비타민 B12 섭취 못한다? “쌀 우유·영양 효소로 대체”

채식주의자들이 공격받는 것 중 하나가 뇌세포 발달과 단백질 합성에도 필수적인 비타민 B12 섭취 여부. 보통 육식동물을 통해서만 섭취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식약청의 박혜경 영양평가팀장은 “특히 임산부의 경우 비타민 B12, A, D, 철분, 엽산 등의 영양소 섭취가 중요한데 B12는 임산부 빈혈을 방지해주고 육식으로만 섭취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또 생선 등에 들어 있는 오메가 3지방산 역시 식물로는 섭취하기 어렵다.

하지만 채식주의 진용에서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세계 최초로 발족한 영국의 채식주의자협회측은 “강화 두유나 쌀로 만든 우유, 영양 효소 등으로 B12를 섭취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며 “멀티 비타민제나 합성 오메가 3지방산 보조제 등을 통해 부족한 영양분을 섭취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초일 박사는 “완전 채식주의자라면 그것으로라도 섭취해야 하겠지만 식품을 통해 먹는 것보다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생명과 환경을 살리는 채식모임’측은 “B12의 경우 박테리아에 의해 인체 내에서도 소량 합성·흡수된다고 주장하는 학자도 있다”며 “우리나라 사람들이 즐겨 먹는 김치, 된장, 간장, 식초, 연근, 김 등에도 비타민 B12가 함유된 것으로 알려졌다”고 반박했다.

◆채식으로 아토피를 고친다? “아토피는 채식·육식의 문제가 아니라 환경과 알레르기가 원인”

패스트푸드 등이 인기를 끌면서 육식 위주 식단이 아토피의 한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질 나쁜 지방 역시 아토피를 유발한다는 의견이 팽배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반드시 채식을 통해서만 고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고 밝혔다.

고려대 가정교육학 정순화 교수는 “아토피의 경우 채식이냐 육식이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환경, 화학 물질을 비롯, 특정 식품에 대한 알레르기가 아토피를 유발한다는 보고서가 많다”고 밝혔다. 육식에선 아무런 영향이 없지만, 양파나 오이 등 일반 채소에 알레르기가 있어 아토피가 유발될 경우, 무조건적 채식은 외려 아토피를 악화시킨다는 것. 김초일 박사 역시 “육식, 채식 가리지 말고 특정 식품에 반응이 있으면 그 식품을 피해주는 것이 최선의 치료 방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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