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다원 기자] 국내 완성차 5사가 경기 침체와 전기차 캐즘(수요 정체), 임금 및 단체협약 난항 등으로 생산·판매 차질을 겪으며 다난한 한 해를 보냈다. 올해 역시 대내외 경제 불안 요인과 주요 수출 시장 리스크로 쉽지 않을 전망인 만큼, 국내 완성차 기업들은 불확실성 파고를 넘을 전략을 짜고 있다.
| 서울시내에서 운행 중인 차량.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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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현대차·기아·GM 한국사업장·KG모빌리티·르노코리아 5개사의 작년 1~11월 내수 판매량은 124만70대로 전년 동기(133만7397대) 대비 7.3% 줄었다.
지난해 5개 기업의 월평균 내수 판매량이 11만2733대 수준임을 감안하면 연말까지 140만대 안팎의 판매량을 기록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2024년 국내 완성차 시장은 경기 침체가 길어지며 침체기를 겪었다. 높은 금리와 고물가로 인해 내수 시장이 크게 위축되면서, 상반기 완성차 내수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10.7% 감소했다. 하반기부터는 현대차(005380), 기아(000270), KG모빌리티(003620), 르노코리아 등이 전략형 신차를 쏟아내며 소폭 반등 흐름이 나타났지만 연말로 갈수록 판매량은 하락 흐름을 보이고 있다.
전기차 캐즘 현상도 두드러졌다. 보조금 책정이 3월께 마무리되면서 1~2월 판매량이 줄었던 데 이어, 지난 8월 인천 청라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 사고로 인해 ‘포비아’(공포증) 수준의 수요 정체가 이어진 영향이다. 기아 EV3, 현대차 캐스퍼 일렉트릭 등 대중화를 겨냥한 신모델이 출시됐지만 판매량은 좀처럼 반등하지 못했다. 내수 전기차 1~11월 누적 판매량은 13만6050대로 전년 대비 7.3% 감소한 상태다.
올해 역시 쉽지 않을 전망이다. 국내외 경제 불안 요인과 주요 수출 시장의 리스크가 내수 시장 부진과 수출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KAMA 예측에 따르면 2025년 내수 완성차 판매량은 166만대로 지난 2023년 175만대 대비 5.4% 위축될 전망이다. 특히 내수 시장에서는 BYD를 비롯한 중국 전기차 업체의 신규 진출이 예고됐다. 저가 모델 출시가 예정된 만큼 국내 완성차와 치열한 가격 경쟁이 벌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게다가 수출도 북미와 유럽 경기 둔화, 보호무역주의 강화, 공급망 불안 등의 영향을 받아 279만 대 수준으로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완성차 5사는 신차 출시와 친환경차 전략으로 위기 돌파를 모색하고 있다. 현대차·기아는 주요 SUV 중심 하이브리드 라인업을 확대하고 전기차 신차를 출시한다. 또 KG모빌리티는 전기 픽업트럭을 출시하며, 르노코리아는 전기차 ‘세닉’을 국내에 선보인다. GM 한국사업장은 수익성을 고려한 모델 조정에 나설 계획이다.
작년 임금 및 단체협상으로 인한 생산 차질을 겪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업계는 ‘원팀’ 전략도 준비 중이다. 한 관계자는 “내수와 수출 시장 모두에서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며 “생산과 판매, 수출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과제로, 미래 전략을 면밀히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