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식장 피해액 713억원 넘어설 듯…오징어 어획량은 1년새 36% 급감

지난 8월 역대급 무더위에…韓 바다 온도 30℃ 육박
양식생물 3857만여마리 폐사…올해 피해 규모 최고치 전망
어획량 해마다 감소…오징어 5년 사이 반토막
"고수온 빈도·강도 더 높아질 것…해양온난화 계속된다"
  • 등록 2024-09-11 오전 5:00:30

    수정 2024-09-11 오전 5:00:30

[세종=이데일리 권효중 기자] 지난 여름 ‘역대급 더위’로 인해 바다가 뜨거워진 영향으로 올해 양식업 피해가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뿐만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이어온 전세계적인 지구·해양 온난화로 인해 어획량이 줄어들고, 오징어나 갈치, 명태 등 이전에 흔했던 생선들도 사라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해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고수온 발생의 빈도와 그 강도가 점차 높아지며 이와 같은 모습이 일상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적도만큼 뜨거워진 韓 바다…올해 양식업 피해 역대 최대 예상

10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 6월 11일부터 지난 9일까지 폐사한 양식생물은 총 4307만8000마리에 달한다. 양식업 피해는 매년 초 해양수산부가 재정당국과 합의해 고시하는 ‘복구단가’를 기준으로 산정돼 연말에 총 집계가 마무리되는데, 올해 피해 규모는 작년을 넘어서는 것은 물론, 역대 최대였던 2018년(713억원)을 넘을 수도 있다. 앞서 지난해에는 고수온 특보가 57일간 이어지며 양식생물 약 3600만마리가 폐사, 이로 인한 피해액은 438억원에 달했다. 이는 지난 2022년(10억원)에 비해 40배 넘게 급증한 것이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이처럼 양식업 피해가 커진 원인은 역대급 무더위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8월 전국의 평균 기온은 33.0℃로, 그간 가장 더웠던 해로 꼽히는 2018년(32.1℃)의 기록을 갈아치웠다. 바다의 온도 역시 평년을 웃돌아 30℃에 이르는 날도 관찰됐다. 지난 8월 마지막 주(8월 24~30일) 기준 남해 연안 수온 관측치는 27.9℃로 평년 대비 3도 가량 높았으며, 서해 역시 평년보다 2.4℃ 높은 28℃에 육박했는데. 이는 적도에 가까운 아열대·열대 지역의 바다 온도와 비슷한 수준이다.

이와 같은 고수온 현상은 올해만의 일이 아니다.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해역의 연평균 표층 수온은 19.8℃로 인공위성 관측이 시작된 1990년 이후 최고치를 보였다. 지난 1968년부터 2022년까지 한반도 바다의 연평균 표면 수온 상승률은 1.36℃로, 세계 평균(0.52℃)의 두 배 이상에 달하며 꾸준히 높아져 왔다.

바다의 온도가 올라가면 기존 생물은 버티기 어려워지고, 아열대 생물이 적응하기는 쉬워진다. 올해 중국에서 유입된 노무라입깃해파리는 1㏊(헥타르)당 108마리로, 지난해 0.3마리와 비교하면 무려 360배나 늘어났다. 아울러 동해안과 제주도를 중심으로는 대형 상어류 등의 출현도 잦아지는 등 이전과는 확연히 달라진 바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어족자원 꾸준히 감소…기후변화 ‘뉴노멀’ 된다

고수온은 양식업뿐이 아닌 어업에도 영향을 준다. 통계청의 ‘2023년 어업생산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연근해 어업 생산량은 95만5000t에 그쳤다. 역대 최고였던 1986년(173만t) 이후 한반도 연안에서 잡히는 어획량은 점차 줄어드는 추세로, 최근 들어서는 해마다 어획량이 90만t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 기간 동해안에서 흔하게 잡히던 명태, 오징어 등 어종은 사라지고, 그 자리를 난류성 어종인 방어나 정어리, 전갱이 등이 채우며 어족 자원의 구성도 달라지고 있다.

실제로 작년 우리 연근해에서 잡힌 살오징어는 2만3343t으로 전년 대비 36.2%나 급감했다. 이는 1980년대 이후 최저치로, 5년 사이 반토막이 난 것은 물론 25만톤 넘게 오징어가 잡히던 1990년대와 비교하면 10분의 1 수준에 그친 것이다. 오징어가 살기 좋은 수온은 15~20℃ 정도인데, 동해안의 수온 역시 한때 30℃에 달하며 오를 만큼 올라 이미 적정 어장이 아니게 됐다.

문제는 앞으로도 어업 생산량과 해양 환경에 영향을 주는 고수온 현상이 더 이상 이례적인 일이 아니게 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한인성 수과원 기후변화연구과장은 “올해는 특히 북태평양 고기압 등 아열대성 고기압의 세력이 강해 기상적 요인으로 해수면 온도가 높았다”면서 “기상적 요인 외에도 전세계적으로 해양온난화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이상 고수온의 강도와 빈도는 높아질 확률이 크다”고 말했다.

한편 해양수산부도 기후변화 대응을 강화할 계획이다. 내년 예산안 중 해양환경 부문으로 올해 대비 3.1% 늘어난3459억원을 편성했고, 예산안 중 기후대응기금을 활용해 장기적인 대응도 준비중이다. 아울러 수산분야 기후변화 TF(태스크포스 팀)을 발족해 이날 첫 회의를 연 것을 시작으로 연말까지 양식업 등 수산분야 대응을 위한 종합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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