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말)는 의사소통의 도구를 넘어 국민의 알 권리와 인권을 실현하는 연장입니다. 특히 공공기관에서 사용하는 공공언어는 국민이 정보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쉬운 우리말로 써야 합니다. 국민 건강과 안전에 직결되는 만큼 일상생활의 질을 좌우한다고 해도 그 의미는 넘치지 않을 겁니다. 이데일리는 문화체육관광부·㈔국어문화원연합회·세종국어문화원과 함께 공공언어의 현 실태를 들여다보고, 총 20회에 걸쳐 ‘쉬운 공공언어 쓰기’를 제안하는 것이 이번 연재의 출발이자 목표입니다. <편집자주>
| 12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3 KBO 리그 한화 이글스 대 LG 트윈스 경기, LG 공격 2회말 1사 주자없는 상황 5번타자 오지환이 1루타 후 사인을 보내고 있는 모습. 사진은 본문 내용과 관련 없음(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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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현재 팀 방어율이 10개 구단 중 최하위에 머무르고 있군요.”, “이 팀의 경우 ‘원정경기’ 승률이 매우 높습니다.”, “홈런 줄었지만 타율·안타는 ‘커리어 하이’ 찍었네요.”
야구 중계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해설위원의 발언이다. 언뜻 들으면 일반적인 스포츠용어 같지만, 너무 뿌리 깊게 박혀 대체하기 힘든 일본식 한자나 영어 표현이 수두룩하다. 야구를 자주 보는 사람이라면 해설의 의미를 단번에 이해하겠지만, 야구를 처음 보거나 영어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은 용어의 뜻을 곱씹어봐야 한다.
야구업계 내 우리말 대체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05년 한국야구위원회(KBO)와 대한야구협회는 한국야구 100년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야구용어위원회를 구성해 미국과 일본에서 건너와 혼용되고 있는 야구용어를 다듬는 작업을 펼쳤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립국어원도 2020년 전문용어표준화협의회 전문소위원회를 꾸려 체육 분야에서 쓰이는 불필요한 외국어와 일본식 한자어 등을 정비했다.
| 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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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야구용어위원회에서 내린 결정사항에 따르면 ‘방어율’은 ‘평균자책점’으로, ‘원정경기’는 ‘방문경기’로 순화해 써야 한다. 용병 같은 차별적인 단어는 ‘외국인 선수’처럼 중립적 표현으로 바꿨다. 프로야구 시즌 개막을 앞두고 각 구단은 해마다 봄철 팀 훈련(스프링 트레이닝)을 떠나는데 이때 쉽게 들을 수 있는 말이 바로 ‘전지훈련’이다. 전지(轉地) 역시 일본어다. 예컨대 시합도 일본식 한자어에서 유래한 단어인 만큼 경기 또는 겨루기로, 계주는 이어달리기로 바꿨다. 일본식 영어에서 비롯된 핸들링은 손 반칙으로 대체했다. 특히 다이, 하꾸 등 일본식 표현 일색인 당구 용어의 개선을 위해 프로당구협회(PBA)는 지난해부터 국어문화연합회와 손잡고 우리말 용어 쓰기 확산 활동에 나섰다.
국어 전문가들은 “운동 경기 용어는 스포츠 현장에서 올바르게 또 자주 쓰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단어 선택에 보수적인 언론과 방송해설자는 물론 선수와 동호인들의 호응이 관건이라는 얘기다.
국어 관련 관계자는 “말과 어휘라는 게 대중의 동의가 따라야 정착하기 쉽겠지만, 올바른 용어에 대한 중요성을 자각하고 일본어 잔재가 담긴 용어들을 현장에서 먼저 걸러낸다면 이 같은 우리말쓰기 움직임은 더 확산할 수 있다”며 “어려운 경기 용어는 팬의 유입을 막을 수도 있기 때문에 용어의 우리말 쓰기는 체육 분야에도 이득일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