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성진 기자]
코오롱모빌리티그룹(450140)이 비교적 높은 재무부담에도 불구하고 차입을 늘리며 공격적인 경영에 나섰다. 오너일가 4세 이규호 사장이 이끄는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은 올 초 코오롱글로벌로부터 독립한 후 신규 브랜드를 도입하며 사세 확장에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특히 이번 차입금 확대도 신규 매장 설립 및 네트워크 확장 등에 사용될 것으로 관측된다.
| 이규호 코오롱모빌리티그룹 대표이사 사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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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오롱모빌리티그룹은 지난 12일 기타차입금 200억원을 늘렸다고 공시했다. 총 200억원의 차입금 중 100억원은 시설대출이며 나머지 100억원은 한도대출이다. 시설대출은 말 그대로 시설확장에 사용되는 대출자금이며, 한도대출은 실제 차입은 일으키지 않고 미리 한도만 늘려놓은 것을 의미한다. 사실상 언제든 추가 투자를 진행할 수 있도록 준비해 놓은 것이다.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은 당초 코오롱글로벌 내 자동차 사업을 담당했던 한 사업부로, 올 초 인적분할을 통해 독립 경영의 닻을 올렸다. 코오롱모빌리티는 분할과 동시에 수입차 유통·판매 법인인 코오롱아우토(아우디)와 코오롱오토모티브(볼보), 코오롱제이모빌리티(지프) 등을 자회사로 편입하며 수입차 전문 업체의 모습을 갖췄다.
특히 이웅열 명예회장의 아들인 이규호 사장이 키를 쥐고 코오롱모빌리티그룹 경영 전면에 나서면서 업계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이 사장은 그룹의 유력한 승계 후보자로,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이 이 사장의 경영능력 시험대 역할을 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 사장 취임 이후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은 사업구조를 개편하는 등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지난 9일 BMW와 미니(MINI) 수입차 사업의 물적분할을 결정한 것이 대표적이다. 또 수입 브랜드 확대를 통한 사세 확장에도 적극적이다. 지난 4월 스웨덴 전기 오토바이 전문 브랜드 케이크를 국내 들여왔고, 5월에는 초경량 스포츠카 브랜드 로터스와 국내 단독 수입계약을 체결했다. 9월 말 강남 수입차 핵심 상권에 매장을 열고 하반기에는 공식 서비스센터도 열 계획이다.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은 이번 단기차입으로 마련한 자금을 신규 브랜드 도입에 따른 점포 개설 등에 쓸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인 용처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로터스 신규 매장과 BMW코리아가 추진하는 강릉 지역의 전시장 및 서비스센터 구축 등에 활용될 것이 유력하다.
재무부담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공격적인 차입전략을 구사하는 것도 인상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올 1분기 말 연결 기준 통상 100% 내외가 건전하다는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의 부채비율은 335%로 집계됐다. 차입금 및 사채는 3096억원으로 올 1분기 금융비용으로만 52억원을 지출했다. 영업이익 96억원 중 절반 이상이 금융비용으로 빠져나간 셈이다.
코오롱모빌리티그룹 관계자는 “이번 차입 확대는 점포 개설 등 시설 확장에 사용할 계획”이라며 “자금이 투입될 점포를 특정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은 오프라인 중심 유통사에서 모빌리티 사업자로 전환을 꾀하고 있다. 지난 5월 모바일 유료 시승 플랫폼 서비스 ‘바로그차’를 출시한 것도 이 같은 전략의 일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