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미국 아이다호주가 10대 미성년자의 이른바 ‘낙태 여행’(abortion-related travel)을 금지하기로 했다. 아이다호주 내에서는 물론이고, 다른 주(州)에 가서 낙태를 하는 것까지 막은 것이다.
6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 등에 따르면 전날 브래드 리틀 아이다호주 주지사는 부모의 동의 없이 미성년자가 낙태를 허용하는 다른 주로 가서 낙태약을 얻거나 수술을 받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 (사진=AFP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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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서부에 위치한 아이다호주는 미국에서 가장 보수적인 낙태법을 시행하는 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래서 아이다호주 여성들은 원치 않은 임신을 한 경우 낙태를 허용하는 인근 워싱턴주, 오리건주, 네바다주 등에 가서 수술을 했다. 그런데 이마저 막겠다는 게 새로운 법의 요지다. 새로운 법은 이를 ‘낙태 밀매’(abortion trafficking)로 규정해 위반할 경우 최대 징역 5년에 처할 수 있도록 했다. 낙태 여행까지 막은 것은 아이다호주가 처음이다.
이번 결정은 연방대법원이 지난해 6월 낙태를 여성의 헌법상 권리로 인정한 ‘로 대 웨이드’(Roe vs Wade) 판결을 뒤집은 이후 가장 주목할 만하다. 연방대법원은 지난해 판결에서 낙태권 존폐 결정을 각 주의 권한으로 넘겼는데, 아이다호주는 낙태권 자체를 넘어 낙태를 위한 여행까지 막은 것이다.
아이다호주는 현재 강간 혹은 근친상간에만 낙태를 허용하고 있다. 이 경우에도 의사는 낙태가 반드시 필요했다는 증거를 제시해야 한다. 아울러 여성은 의사에게 경찰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아이다호주의 이번 결정으로 낙태 이슈가 다시 부상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프로초이스 아메리카의 미니 티마라주 의장은 “우리는 10대를 안전하게 지킬 책임이 있다”며 “이 법은 그들을 위험에 빠뜨릴 뿐”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