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항규정상 금지된 '견인 중 브레이크' 사용한 기장 法 "징계 정당"

탑승객 137명 후속 항공편 이동 차질 빚어
기장 "운항규정, 훈시규정이라 지킬 의무 없어" 주장
法 "조종사, 항공기 안전 관해 높은 주의의무 부담"
"해당 규정만 훈시규정으로 볼 근거도 없어"
  • 등록 2023-04-03 오전 7:00:00

    수정 2023-04-03 오전 7:00:00

[이데일리 김윤정 기자] 견인 상태에서는 비상상황이 아닌 경우를 제외하고 브레이크를 사용해선 안 된다는 규정을 어겨 국토교통부로부터 징계 처분을 받은 항공기 기장이 불복해 소송을 냈지만 패소했다.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 (사진=이데일리DB)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김순열 부장판사)는 항공기 기장 A씨가 국토부 장관을 상대로 운송용 조종사 자격 증명 효력 정지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낸 소송에서 최근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2020년 4월 A씨는 탑승구에서 뒤로밀기 과정 중 파킹 브레이크를 사용했다. 항공기가 멈춘 상태에서 견인차량이 항공기를 밀게되면서 안전핀과 항공기 견인봉 연결볼트 2개가 파손됐다. 뒤로밀기는 승객 탑승 절차를 마친 항공기의 이륙을 위해 견인차량이 항공기를 뒤로 밀어 활주로로 이동시키는 절차다.

부품 교체비용은 약 70000만원에 그쳤지만 항공기 탑승객 137명은 해당 항공기를 이용할 수 없어 후속 항공편으로 이동해야 했다.

같은 해 12월 30일 국토부는 A씨에게 자격정지 15일 처분을 내렸다. 비상상황이 아님에도 탑승구에서 뒤로밀기(Push Back) 중 파킹 브레이크를 사용해 운항규정을 준수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A씨는 ‘비상 상황을 제외하고 뒤로밀기 중 브레이크를 사용하면 안 된다’고 정한 운항규정은 훈시 규정에 불과해 조종사들이 의무적으로 지켜야 하는 규정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사용이 금지된 브레이크는 파킹 브레이크가 아닌 페달 브레이크만 의미하는데, 자신은 페달 브레이크를 사용한 적 없다는 논리도 폈다.

아울러 처분 근거가 된 구 항공안전법이 평등원칙, 명확성원칙,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돼 위헌이라고도 했다.

법원은 국토부 처분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조종사는 공공성이 강한 서비스를 국민에게 제공해 안전운행을 확보해 궁극적으로 국민의 생명, 신체, 재산을 보호하는 지위에 있다”며 “항공기 안전에 관해 높은 수준의 주의의무를 부담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지적했다.

또 “비록 항공기가 견인 중이었고 연결 안전핀과 견인봉 연결 볼트가 파손됐을 뿐 항공기 동체에는 충격이 가해지지 않은 것으로 보이나 뒤로밀기 중 브레이크 작동이 항공기 안전에 미칠 위해가능성이 적지 않아 보인다”며 “원고에게는 적어도 중대한 과실이 존재한다고 봄이 상당하다”고도 짚었다.

재판부는 “운항규정 일부만을 훈시규정으로 볼 근거가 없다”, “항공사 회신 취지상 규정의 브레이크는 페달 브레이크와 파킹 브레이크 모두를 의미한다”며 A씨 주장을 배척했다.

처분 근거가 된 법 조항들이 위헌이라는 주장도 마찬가지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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