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 버냉키 전 연준 의장은 16일(현지시간) 경제전문매체 CNBC와 인터뷰에서 “문제는 (연준이 높은 인플레이션에 미리 긴축으로 대응하지 않고) 왜 정책을 지연했느냐 인데, 되돌아보면 그것은 실수였다”며 이렇게 말했다. 연준이 긴축 시기를 놓치면서 걷잡을 수 없이 높은 물가를 자초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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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돌아보면, 연준의 실수였다”
버냉키는 2006년부터 8년간 연준을 이끌며 글로벌 금융위기 국면을 지휘했다. 역사상 첫 양적완화(QE)를 본격화한 게 버냉키다. 기준금리 수준이 이미 너무 낮아서 인하를 통한 효과를 기대할 수 없을 때, 다시 말해 단기채권을 통한 정책 여력이 사라졌을 때 장기채권을 직접 사고파는 방식의 QE를 통해 통화 완화에 나선 것이다. 장기채권 시장은 중앙은행의 영역이 아니라는 인식이 강했던 당시 파격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추후 급격한 돈줄 조이기 탓에 테이퍼 탠트럼(긴축 발작)을 초래했지만, QE를 사실상 처음 정착시킨 인사로 불린다.
제롬 파월 현 의장은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버냉키보다 더 강력한 QE를 펼쳤다. 다만 ‘역대급’ 돈 풀기 이후 거둬들이는 타이밍을 놓쳐 물가 폭등을 불렀다는 지적 역시 거세다. 전 연준 의장이 현 연준 의장을 공개 비판한 건 그 자체로 이례적이다. 게다가 둘은 파월이 연준 이사였던 2012~2013년 함께 일하기도 했다.
버냉키는 “그 이유 중 하나는 그들이 시장에 충격을 주지 않는 걸 원했기 때문”이라며 “파월은 2013년 테이퍼 탠트럼 때 (연준 이사로서) 회의에 참석했는데, (탠트럼으로 시장이 흔들리는 걸 보는 건) 매우 불쾌한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테이퍼 탠트럼은 QE 등으로 풀린 돈을 회수하는 과정에서 일부 신흥국들의 통화가치와 주가가 폭락했던 현상이다.
버냉키는 “파월은 (시장 충격을 피하기 위해) 가능한 한 많은 경고를 사전에 주면서 이런 일을 피하기를 원했을 것”이라며 “점진적인 대응은 연준이 지난해 중반 인플레이션 압력에 더 빨리 대응하지 않은 몇 가지 이유 중 하나였다”고 강조했다.
“향후 1~2년 스태그 올 수 있다”
버냉키는 그러나 월가 일각에서 꾸준히 나오는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에 대해서는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일간 뉴욕타임스(NYT)와 만난 자리에서 “온건한 시나리오에서도 경기 둔화는 불가피하다”며 “향후 1~2년간 성장률은 낮고 실업률은 약간 높고 인플레이션은 계속 고공행진을 하는 시기가 있을 텐데, 이를 우리는 스태그플레이션이라고 부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치솟는 인플레이션은 빠른 속도로 정치적 의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실업은 일부 사람들에게는 큰 영향을 미치지만 대부분은 개인적으로 실업자가 아니기 때문에 크게 반응하지는 않는다”면서도 “인플레이션은 모든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했다. 실업보다 인플레이션의 사회적 충격이 더 크다는 의미다. 실제 올해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을 공개적으로 천명한 상태다.
한편 버냉키는 신간 ‘21세기 통화정책’(21st Century Monetary Policy)을 내놓았다. NYT는 “버냉키는 이를 학술 서적이라고 말한다”면서도 “공급망 경색과 치솟는 물가 속에서 대중들은 연준과 의회의 힘을 더 잘 이해하려고 하는 만큼 실용적인 책이 될 수 있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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