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여의도 등 증권가를 관장하는 서울남부지검에 금융·증권범죄수사협력단(이하 협력단)을 신설하게 되면서 가상화폐 등 디지털 자산 관련 범죄 대응 역량이 강화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 가상화폐 이미지(사진=이미지투데이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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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초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주도 하에 증권범죄합동수사단(합수단)이 폐지된 이후 전통적 방식의 금융·증권 관련 범죄에 대한 수사 대응력이 크게 약화됐다는 평가 속에, 특히 그 사이를 틈타 고도화된 금융·증권 관련 범죄가 부쩍 기승을 부리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최근 가상화폐를 통한 범죄가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올해 국내 4대 가상화폐 거래소의 신규 실명 확인 계좌 건수는 250만 건이 넘고 하루 거래액도 30조 원에 달한다. 가상화폐가 투자자산으로 자리잡으면서, 이를 미끼로 경험이 부족한 투자자를 노린 사기 피해도 잇따르고 있다.
11일 경찰청과 국회 등에 따르면 경찰의 가상화폐 관련 범죄 단속 건수는 지난 2019년 103건(289명)에서 지난해 333건(560명)으로 세 배 넘게 급증했다. 그나마도 마땅한 법안마저 없어 대부분 유사수신, 사기 등 혐의를 겨우 적용해 처벌한 상태다. 정책 당국이 갑론을박하며 가상화폐 관리에 손을 놓으면서 디지털 자산시장 범죄에 대한 법적 근거도 마련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법조계에선 디지털 자산 관련 특별법 입법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자본시장법에 능통한 한 변호사는 “실질적인 가치가 없는 가상화폐로 시세조종을 하더라도 별도 처벌 규정이 없다”며 “디지털 자산 관련 시세조종, 허위공시, 미공개정보이용 등 각 범죄 유형별로 규율할 수 있는 법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디지털 자산시장이 금융시장의 한 축으로 들어온 만큼, 금융 범죄 대응을 위한 기구가 신속히 출범해야 한다는 지적도 따른다. 순천지청장 출신 김종민 변호사는 “얼마 전 우리나라 최대 규모 가상화폐 거래소인 업비트와 빗썸에서 전산 장애로 1시간 이상 거래가 중단 되는 사고가 있었다”며 “ 단순 사고겠지만 누군가 불순한 목적으로 전산을 중단시켰다면 어떻게 되는 것인가”라며 강하게 우려했다.
그는 “글로벌, 디지털로 완전히 바뀐 환경에서 금융 경제 범죄에 대한 효과적 대응 없이는 국가와 사회 기반이 무너진다”며 “뒤늦게나마 부활한 협력단이 제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