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하지나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취임하면서 낙후된 지역을 개선·보존하는 박원순표 ‘서울형 도시재생’ 사업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지속가능 성장을 내세운 도시재생사업으로 오히려 슬럼화가 가속화했다는 불만이 주민들 사이에 쏟아지고 있다.
12개 구역이 집결한 ‘도시재생구역 해제 연대’는 오는 19일 도시재생 반대성명과 구체적인 지역별 실태 보고서 등을 오세훈 서울시장과 각 구청, 구의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서울 △용산구 동자동·서계동 △광진구 자양4동 △은평구 수색14구역 △관악구 신림4구역 △구로구 구로1구역 △종로구 창신·숭인동 △강남구 일원동·대청마을 △성북구 장위11구역과 경기 △성남시 수진2동·대평동 등 12곳이다.
박 전 시장의 서울형 도시재생은 문재인 정부가 ‘도시재생뉴딜사업’을 국정과제로 채택하며 힘을 받았다. 문정부는 5년간 50조 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해 도시쇠퇴 현상을 겪고 있는 500곳을 재생시킨다는 목표였다.
실제 전국적으로 447곳을 사업지로 선정했고, 서울에서는 52곳(국가 지원 17곳)이 도시재생활성화지역으로 지정됐다. 면적에 따라 사업 초기 투입되는 마중물 예산은 최소 50억원(5만㎡,우리동네살리기)부터 최대 250억원(50만㎡, 상업·업무 중심의 경제기반형)까지 지원된다. 서울시 도시계획·재생 분야 예산 또한 2019년(1조272억원) 이후 꾸준히 1조원을 넘어서고 있다.
|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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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주민들 불만은 계속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주민들 요구사항이 반영되지 않은 채 사업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 1호 도시재생선도지역인 창신동의 경우 사업 시행 전 주민 설문조사 결과 세입자·소유자 모두 1순위로 도로 확장 및 골목길 정비를 요구했다. 하지만 현재 창신동에는 소방차조차 진입할 수 없는 좁은 도로가 방치돼 있다. 다른 지역도 상황은 비슷하다.
구로2동에 있는 구로1구역 주민들도 “도로가 정비되지 않아 소방차 진입이 어려워 대형 화재 사고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면서 “폭 1m 미만의 골목길로 주택들이 늘어서 있어 소규모 정비사업조차 불가능하다”고 호소했다. 신림4구역 주민들은 “신림뉴타운 1~3구역은 재개발사업을 하는데, 우리만 도시재생으로 지정돼 소외감과 박탈감이 크다”면서 “노인정 하나 짓고 골목길 포장한다고 생활환경과 편의성이 좋아지느냐”고 항의했다.
서울연구원에 따르면 2015~2019년 1단계 도시재생활성화구역 내 신축 비율은 4.1%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개발계획이 안잡힌 일반 저층주거지 신축비율 6.1%보다 낮았다. 노후도가 심화되면서 사람들은 빠져 나갔다. 창신동의 경우 2015년 2만3581명에서 2020년 2만372명으로 거주민 수가 줄었다. 특히 20~30대는 6277명에서 5135명으로 감소했다. 마을 자체가 늙어가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개발은 제한되고 있다. 창신동과 서계동 등은 앞서 공공재개발 공모를 신청했지만 아예 심사 조차 받지 못했다. 도시재생을 위한 예산이 대거 투입된 것이 그 이유였다.
이태희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원은 “급속한 도시화 과정속에서 계획없이 시가지 확장을 겪은 한국 대도시의 경우 고쳐 쓰기에 한계가 있다”면서 “대규모 기반시설 및 인프라 구축 없는 땜질식 처방으론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