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조정장이 침체된 실물 경제와 주식 등 금융시장의 괴리를 좁히는 계기가 될지, 주가 폭락으로 빚을 낸 투자자들의 신용 위험으로까지 이어질지 지켜봐야겠지만 전문가들은 일단 전자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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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는 1.71%(53.51포인트) 하락한 3069.05에 거래를 마쳐 지난 18일(3013.93)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3거래일 연속 하락, 4.36%의 하락한 것이다. 코스닥 지수는 2.50%(24.69포인트) 떨어진 961.23에 마감했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 일본 니케이225지수, 홍콩 항셍중국기업(H)지수 등도 1~2%대 하락했다. 증시 조정은 지난 밤, 27일(현지시간) 미국에서부터 시작됐다. 다우존스 30 산업평균 지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나스닥 지수가 2%대 하락했다. 작년 10월 28일 3%대 하락한 이후 최대폭 하락이다.
미국 개미들의 매수세에 게임스탑 주가가 고공행진을 하고 게임스탑에 공매도 투자를 한 헤지펀드들이 큰 손실을 보면서 게임스탑발(發) 주식 변동성 확대가 투자 심리를 공포로 몰아넣었다. 헤지펀드들은 손실을 메우기 위해 기존 주식 등 다른 자산을 매도할 가능성 등이 거론됐다. 게임스탑은 작년말까지만 해도 주당 18.84달러에 거래됐는데 27일 347.51달러까지 올라 무려 18.4배 급등하는 놀라운 상승률을 보였다.
코스피200옵션 변동성 지수인 VKOSPI도 27일 29.41을 기록하고 있으나 지난 11일엔 35.65까지 올라 작년 6월 18일(37.30)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올 들어 변동성이 커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안전자산인 달러 강세에 15.20원이나 오른 1119.60원에 거래를 마쳤다. 코로나19 팬데믹이 가장 심했던 작년 3월 23일 20.00원 오른 이후 최대폭 상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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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조정장이 깊어지면 빚을 내 투자한 주식에 반대매매(증권사 강제 주식 매도)가 유입되면서 주가가 추가 하락을 자극할 수 있다. 빚투 지표인 주식 신용융자 잔액은 25일 21조1500억원으로 이달 들어 무려 2조4000억원 가량, 11% 증가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주가가 추가 하락할 경우 반대매매가 나오면서 깡통계좌(자신 돈과 빌린 돈을 합쳐 사들인 주식의 가격이 융자금 이하로 떨어진 담보유지비율 100% 미만 계좌)가 속출할 위험도 있다.
그러나 조정이 나타나더라도 2000년대 초반 닷컴 버블 붕괴처럼 투자자들에게 큰 상처를 남긴 폭락장으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란 데 무게가 실리고 있다. 증시 조정장이 올 경우 그동안 실물 경기 침체와 증시간 괴리에 대한 비판이 누그러질 가능성도 있다. 건강한 조정이 나타날 수 있다는 얘기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전문위원은 “연말, 연초 가파르게 올랐던 것에 대한 부담을 조정하는 정도이지, 심각한 조정이 나오진 않을 것”이라며 “경기 펀더멘탈이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백신 접종 등을 고려하면 회복에 더 무게가 실린다”고 말했다. 이어 “(실물경제와 금융시장간) 갭을 메우는 쪽으로 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과거 2000년대 닷컴 버블에 비하면 현재의 증시는 덜 올랐단 평가도 있다. 거품이 가장 많이 끼어있다고 하는 나스닥 지수는 3년간 83% 올랐는데 2000년 3월엔 285%나 급등한 바 있다. 또 버블 붕괴는 반드시 채권 금리 상승을 동반했는데 최근 채권 금리가 오르긴 했어도 1% 수준에 불과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미국 10년물 국고채 금리는 1% 수준으로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한 정도이고, 우리나라 3년물 국고채 금리는 1% 안팎을 오가고 있다.
금리를 끌어올리는 변수 중 하나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도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유지할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27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지난 두 달 간 자산 가격을 견인해 온 것은 통화정책이 아니라 백신, 재정정책 기대감이었다”며 “자산 거품과 같은 문제를 다루기 위해 금리를 인상해서 금융상황을 긴축시키고 경제활동을 줄이는 것이 도움이 될지, 아니면 더 큰 피해를 입힐지는 상충관계에 있다”고 밝혔다. 로버트 벅랜드 씨티그룹 글로벌 주식 전략가는 파이낸셜타임스(FT) 칼럼에서 “춤 추는 것은 멈췄고 파티장 문 가까이에 있지만 파티장을 완전히 떠나진 않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