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최근 TV프로그램 속 캠핑 모습이 많이 노출될뿐만 아니라 차를 이용한 캠핑프로그램까지 선보이면서 캠핑카와 캐라반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실제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4년 4131대에 불과했던 캠핑카는 지난해 말 2만4869대로 5년만에 약 6배 증가했다. 캠핑인구는 급증하고 있지만 캠핑 관련 인프라와 캠핑문화가 인구증가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관광지가 캠핑장으로…캠핑족에 뺏겨버린 관광지
이른 더위와 코로나19로 지친 사람들은 캠핑카를 이끌고 국내 여행지를 찾았다. 경관이 좋은 해변에는 캠핑카들이 몰려들고 야영하는 텐트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강원도 평창군의 옛 영동고속도로 대관령 휴게소 광장은 6월부터 캠핑족들로 붐비고 있다. 이곳은 해발 830m로 일반 평지보다 기온이 낮아 더위를 피해 온 피서객들이 많다. 이곳은 허가받은 캠핑장이 아니지만 불법으로 설치한 텐트와 캠핑카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인천 서구에 있는 경인아라뱃길 매화동산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캠핑카와 차를 개조한 차박족(여행할 때에 자동차에서 잠을 자고 머무르는 사람들)들은 경인아라뱃길 시천가람터의 어린이 놀이터와 아라마루 전망대 일대까지 차지하고 있다. 심지어는 인근 주차장에도 텐트를 치고 해먹을 설치하는 등 캠핑장을 방불케 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지난 17일 개장한 강릉의 사천해수욕장도 개장 전인 지난달부터 취사와 야영을 하는 텐트와 캠핑카들이 몰렸다.
이처럼 유명 관광지에 캠핑카 혹은 차박을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더욱이 불법 장기주차까지 벌어지고 있지만 단속기준이 모호해 해당 지방자치단체들은 계도에 그쳐 지역주민의 원성이 커지고 있다.
평창군 관계자는 “야영과 취사를 하는 것은 계도를 통해 제한하고 있다"면서도 "단순히 차에서 쉬는 것을 처벌하는 것은 애매하다”고 말했다.
사천면 관계자도 "한 번 캠핑을 했다고 바로 과태료를 부과하지는 않는다"며 "처음에는 계도를 하고 이후 따르지 않을 때 행정처분을 한다"고 설명했다.
시민의식 결여에 관광지 '몸살'
제도적인 한계뿐만 아니라 낮은 시민의식도 관광지 몸살을 유발하는 원인으로 꼽힌다.
지정 구역 외에서도 무작정 캠핑을 하는 캠핑족들은 타인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특히 일부 캠핑족들은 취사가 금지된 소나무 숲이나 바닷가에서 화로를 설치해 화재유발 가능성도 대두된다.
캠핑족이 떠난 자리도 엉망이다. 먹다 버린 음식물 쓰레기와 일회용품 등 분리수거가 되지 않은 쓰레기들이 쌓였다.
이 때문에 관광지 근처 주민들은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일부 맘카페에서는 쓰레기가 너무 많아 냄새가 나고 불법 주정차도 문제라며 신고 방법을 묻는 등 문제들을 하소연했다.
경인아라뱃길을 관리하는 한국수자원공사의 자회사 워터웨이플러스는 단속 권한이 없어 계도 위주 순찰을 한다고 전했다. 워터웨이플러스 관계자는 "지난달에는 1048건의 야영·취사 질서계도가 있었다"고 말했다.
단속 권한은 지자체가 가지고 있었지만 지자체도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이유는 불법 캠핑족들의 반발 때문이었다.
인천 서구청 관계자는 “대개 1차 경고를 하지만 계도요원이 지나가면 다시 캠핑장비를 설치하는 경우가 많다”며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행정처분을 위해 경찰도 대동해봤지만 캠핑족들이 거세게 반발해 계도차원으로 그치는 경우도 있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캠핑카는 늘어나는데 캠핑장·전용주차장 인프라 부족
전문가들은 불법 캠핑의 증가 이유로 인프라 부족을 꼽았다.
캠핑카·캐라반은 차량의 크기가 일반 차량보다 크기 때문에 일반 주차장의 두 칸 정도를 차지한다. 이 때문에 공영주차장이나 아파트단지를 이용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더군다나 캠핑카 전용 주차장도 부족한 상황이다.
차병희 한국캠핑협회 총재는 “대부분 캠핑카들이 수도권에 몰려있지만 정작 수도권의 캠핑카 전용 주차장은 인천 남동구에 하나뿐이다”라고 전했다. 이 때문에 캠핑카 차주들은 길에 주차를 하거나 개인적으로 아는 곳에 캠핑카를 대어두고 자차와 갈아타는 등 불편을 겪고 있다는 것.
캠핑장도 부족하기는 마찬가지다. 현재 국내 캠핑장은 총 2600개 정도이지만 대부분 캠핑카 등을 이용하는 오토캠핑장과 텐트설치형 캠핑장 등을 혼합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차 총재는 “미국의 경우 반려견 유무, 흡연가능여부, 텐트 사용, 캠핑카 이용 등 세부적인 기능으로 캠핑장 시설이 나뉘어있다”고 말했다. 이어 “관광시설에 캠핑장을 따로 설치하는 노력을 동반하면 불법캠핑에 따른 피해호소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캠핑족들도 최근 불법캠핑의 증가가 불편한 눈치다. 불법 캠핑에 대한 피해호소가 늘어날수록 정당하게 캠핑을 하는 사람들의 입지가 줄어들기 때문.
캠핑 관련 카페에는 ‘불법 캠핑을 하는 사람들 때문에 안그래도 심한 규제가 더 심해질 것 같다’, ‘주차도 눈치 보였는데 앞으로 더 소심해질 것 같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스냅타임 신현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