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세계경제 공포로 몰아가는 ‘코로나 팬데믹’ 위기

  • 등록 2020-03-10 오전 5:00:00

    수정 2020-03-10 오전 7:50:58

코로나19 사태가 세계 각국으로 급속 확대되는 ‘팬데믹’ 조짐에 따라 글로벌 경제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도 점차 깊어지고 있다. 각국의 증시에서부터 나타나는 현상이다. 최근 며칠 사이 미국 뉴욕증시가 연속 곤두박질친 가운데 어제는 일본 닛케이 평균주가가 무려 5.07%(1050.99포인트)나 폭락하는 등 홍콩, 상하이 호주, 싱가포르 등의 증시도 3% 이상 급락세를 나타냈다. 국내 코스피·코스닥 지수도 4% 이상 하락했다. 코로나 확산에 따른 시장 위축의 위기감이 현실로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직접적으로는 국제시장에서의 유가하락이 증시 폭락을 부채질했다. 이날 런던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선물가격이 전날 대비 31.5%(14.25달러)나 폭락한 것은 하나의 예고편일지도 모른다. 뉴욕 선물시장에서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이 21% 떨어졌다. 1991년 걸프전이 발발한 이래 최대 하락폭을 기록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지금의 시장 분위기를 충분히 짐작하게 된다. 당분간 신규 투자를 꺼릴 만큼 꽁꽁 얼어붙어 있다는 얘기다.

이러한 원유가격 급락이 사우디를 비롯한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사이의 가격안정 협상이 실패한 결과지만 그 배경에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긴장감이 자리 잡고 있음은 물론이다. 코로나 사태로 세계경제가 휘청대면서 원유 소비도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전망 때문이다. 각국 사이의 무역과 투자, 관광이 막히면서 초래되는 불가피한 결과다. 바이러스 발원지인 중국을 비롯해 확진자가 급속히 증가하고 있는 이탈리아, 이란 등 각국에 대해 서로 입국금지 및 격리조치가 이어지는 중이다.

우리의 경우는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이미 입국제한 조치를 받고 있는 나라만 해도 100개국을 넘어섰다. 교역·상담·투자가 그만큼 애로에 봉착했다는 뜻이다. 특히 주요 수출국 10개국 가운데 미국을 제외한 9개국으로부터 제한 조치를 받고 있다는 점에서는 수출 의존국이라는 명색이 무색해졌다. 신규 확진자 발생이 줄어들고 있다고 해서 안심할 게 아니다. 전염 사태가 진정된다고 해서 끝날 문제도 아니다. 국가 생존의 관점에서 장기적인 성장전략을 다시 짜야 할 필요가 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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