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검찰 간부들의 항변, 나무랄 것만은 아니다

  • 등록 2020-01-21 오전 5:00:00

    수정 2020-01-21 오전 5:00:00

문재인 정권의 핵심인사들이 관련된 의혹사건 수사를 둘러싸고 검찰 기류가 날카로워지는 분위기다. 특히 추미애 법무장관의 취임 직후 단행된 인사에서 수사팀에 새로 합류한 고위간부들이 기존 수사 방향을 돌리려는 태도를 보이면서 수사팀 소속 검사들의 반발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며칠 전 동료 검사의 상가에서 대검 선임연구관이 직속상관인 심재철 반부패·강력부장을 치받았던 사태가 대표적인 사례다. 수사 방향의 차이에서 벌어진 검찰 내부의 마찰이다.

이 상갓집 사태의 발단은 지난주 윤석열 검찰총장 주재의 회의에서 야기됐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 심 부장이 유재수 전 부산 경제부시장에 대한 감찰 중단과 관련해 “조국 전 장관의 혐의를 원점에서 다시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는 것이다. 결국 조 전 장관이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불구속기소되긴 했지만 수사팀으로서는 조 전 장관을 두둔하는 듯한 심 부장에게 불만을 느꼈을 법하다. 상가에서 그를 향해 “당신이 검사냐, 조국 변호인이냐”라는 항변이 터져 나왔던 배경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서울중앙지검 확대간부회의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지난 16일 회의에서 조국 수사팀의 실무 책임자인 송경호 3차장검사가 “불법을 외면하는 건 검사의 직무상 의무를 위반하는 것”이라는 윤 총장의 6개월 전 취임사를 읽으며 새로 취임한 이성윤 지검장에게 반발하는 모습을 보여준 게 그것이다. 이 지검장이 취임 일성으로 ‘절제된 검찰권’을 강조하는 등 서울중앙지검에서 진행되고 있는 현 정권 관련 수사가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도는 데 대한 항의성 발언이었다.

이러한 항명 분위기를 두둔할 수는 없다. 하지만 최근 검찰개혁이라는 명분하에 이뤄지고 있는 일련의 조치는 검찰 수사팀에 직접적인 압력으로 간주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수사를 지휘하는 간부급들을 뿔뿔이 흩어버린 데 이어 직제개편을 통해 중간간부들까지 교체하려는 움직임이 엿보인다.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를 통제하겠다는 의도라면 중대한 실수다. 추 장관이 어제 입장문을 통해 ‘상갓집 추태’를 거론하며 검찰 간부들을 질타했지만 스스로 원인을 제공한 것은 아닌지에 대해서도 반성이 따라야 한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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