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R킹맘]"손주 돌보고 수당도 받고"…서초구 손주돌보미 호평

25시간 돌봄 교육 이수하면 월 최대 24만원 수당 지급
강남구 2013년 도입했지만 양육수당 중복 논란에 폐지
"육아 세대갈등 해결에 도움"…다른 자치구 확대 추세
  • 등록 2018-12-31 오전 6:18:00

    수정 2018-12-31 오전 6:18:00

서울 서초구 건강가정지원센터에서 운영하는 손주돌봄 교실에 참여한 조부모들이 영유아 안전 관리 교육을 받고 있다. (사진=서초구건강가정지원센터)
[이데일리 김보영 기자] “아들과 며느리 모두 맞벌이라 뭐라도 돕고 싶은 마음에 시작했는데 이유식을 만들어주고 동화를 읽어주며 손녀와 가까워진 것 같아 기분이 좋네요.”

서울 서초구에 사는 박광석(가명·64) 할아버지는 최근 돌쟁이 손녀딸과 놀아주는 게 삶의 낙이 됐다. 박 할아버지는 회사원인 며느리가 육아휴직을 마친 뒤 일터로 복귀하면서 평일 오후 2시부터 아들 내외가 퇴근하는 오후 8시까지 손녀를 돌봐주고 있다. 처음에는 아이 마사지해주는 법도 이유식 먹이는 법도 몰라 발을 동동 굴렀지만 지난달 서초구가 운영하는 손주돌보미 교육 과정을 이수한 뒤 며느리 못지 않은 육아 전문가가 됐다. 육아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며 아들 내외와의 사이도 가까워진 듯해 뿌듯하다고 했다.

맞벌이 부부가 증가로 황혼 육아가 늘어나자 지방자치단체와 자치구에서도 올바른 손자녀 양육을 돕기 위한 조부모 교육에 적극 나서고 있다.

25시간 교육받고 월 24만원…서초구 손주돌보미 인기

서울시 서초구청이 운영하는 ‘손주돌보미 교실’이 대표적이다.

서초구는 조부모들에게 손주 돌봄 교육을 제공하고 돌봄 수당까지 지급하는 ‘손주 돌보미’ 교육을 지난 2011년 전국 지자체 최초로 도입했다.

4개월 이상 24개월 이하 손자녀를 한 명 이상 키우는 조부모들에게 영유아 육아법과 소통법 등 육아에 필요한 손주 돌봄 교실을 25시간에 걸쳐 제공하고 있다. 교육은 격월 단위로 진행된다.

이 교육을 이수하는 조부모들은 손자녀의 나이와 수에 따라 6~12개월까지 매달 최대 24만원의 돌봄 수당을 받는다. 조부모와 부모 모두 서초구에서 1년 이상 거주하면 신청 가능하다.

기존까지는 손자녀가 두 명 이상인 조부모들만 돌봄 수당 신청이 가능했다. 하지만 지난해 7월부터 한 자녀 이상 조부모로 지원 대상을 확대하면서 돌봄 교육 신청 수가 급증했다.

서초구청 관계자는 “손주돌봄 교육을 이수한 가정은 2014년 673곳에서 지난해 678곳으로 늘었고, 올해 796곳으로 급증했다”며 “올해를 포함해 지금까지 3200여명의 조부모들이 이 교육을 마쳤다”고 설명했다.

서초구는 신청 수요가 늘자 교육 수강 정원을 30~40명에서 올해 초 110명까지 확대했다. 서초구 건강가정지원센터 관계자는 “올해 초 교육 정원을 확대한 뒤 월 평균 80~90명의 어르신들이 교육을 수강하고 있다”며 “수강생의 90%가 할머니이지만 최근 들어 손주 돌봄 교육을 신청하는 할아버지들도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손주 돌봄 교육에서는 영유아 손자녀들과의 대화 및 소통법은 물론 베이비마사지와 이유식 먹이기, 목욕, 동화 구연 등 실제 육아에 도움이 되는 노하우들을 조부모들에게 제공한다. 구연 동화 전문가, 어린이집 원장 등 육아 전문가들이 강사로 나선다.

특히 심폐소생술과 베이비 마사지, 음악 놀이, 종이접기 수업은 조부모들이 교육을 들으며 직접 체험해 볼 수 있고 손자녀와 놀아줄 때, 손자녀가 위기에 빠졌을 때 등 실제 생활에서 유용히 사용할 수 있어 인기가 높다.

올해 초 교육 과정을 이수한 임규자(가명·67) 할머니는 “일을 사랑하는 딸이 직장을 그만두지 않고 계속 다녔으면 하는 바람에 교육을 시작했다”며 “세대가 바뀌면서 육아·놀이법도 바뀌어 따라잡기 힘들었지만 내가 만들어준 종이접기 인형을 보며 방긋 방긋 웃는 2살 배기 손자를 보면 피로가 눈 녹듯 사라진다”고 말했다.

서초구 손주돌봄 교실을 신청한 조부모들이 영유아 식습관 및 이유식 먹이기 교육을 받고 있다. (사진=서초구건강가정지원센터)
조부모 교육, 육아법 세대 갈등 극복에도 중요

강남구에서도 서초구를 따라 2013년 9월 손주도볼미 지원 사업을 도입했지만 시행 3년 만인 2016년 이를 폐지했다. 당시 관계 부처가 ‘복지재정 효율화 대책’ 마련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보육 지원 유사·중복 사업을 검토한 결과 손주돌보미 지원사업이 가정양육수당과 중복된다는 논란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무상보육을 위한 여러 보육 지원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재정 부담이 크게 늘어난 것도 한 몫했다. 반면 서초구는 사회보장법이 개정돼 가정양육수당이 생기기 전인 2011년부터 이 사업을 시행했기 때문에 폐지 대상에서 제외됐다.

다른 자치구들도 조부모들을 위한 돌봄 교육 확대·지원에 나서고 있다.

강서구는 2011년부터 조부모교실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까지 1년에 1회씩만 수업을 개설했지만 수요가 늘면서 올해부터 1년에 2회씩으로 늘렸다. 매년 100여명의 조부모들이 교육에 참여해 육아 스트레스 대처법, 놀이법 등을 배운다.

광진구도 2016년부터 손주돌봄 육아교실을 운영 중이며 강동구에서도 격월 단위로 조부모 돌봄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서초구 건강가정지원센터 관계자는 “돌봄 교육은 육아로 인한 자녀와의 세대 갈등을 해소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중요하다”며 “필요성을 공감하는 이들이 많아 모든 자치구에서 계속 확대되는 추세”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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