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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보경 김보영 기자] “서울시 직원들이 돌아다니면서 홍보 캠페인을 해서 못 이기는 척하며 가입하기는 했지만 제로페이가 잘 활용될 지는 사실 의문입니다. 주변에 가입한 상인들도 뭔지도 모르고 귀찮아서 그냥 가입한 경우도 많아요.”
서울시의 제로페이 시작을 하루 앞둔 지난 19일 소공동 지하상가에서 만난 상인 권모씨는 “안내문은 받아 제로페이가 있다는 건 알지만 그 내용은 잘 모른다”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서울시청 인근의 소공동 지하상가는 지난달 박원순 시장이 직접 어깨띠를 두르고 가맹 캠페인 홍보에 나설 만큼 서울시가 집중적으로 제로페이를 홍보한 지역이다.
다른 곳에 비해 제로페이 가맹점이 상대적으로 많은 곳이지만 시행 하루를 앞둔 이날에도 매장 계산대에 QR코드를 비치하거나 제로페이 가맹점을 알리는 문구를 표시한 곳은 거의 없었다. 이날 오전 한 시간 가량 상가를 방문해 만난 십여명의 상인들을 `제로페이`라는 단어를 꺼내자 귀찮은 듯한 표정부터 지었다. 시청 직원들한테 많이 시달린 탓이라고 토로했다.
가맹점주 “좋은 제도라는데 뭔지는 모르겠다”
상인들은 대부분 제로페이 홍보 포스트 안내문을 받고 직원들로부터 수차례 설명을 들었지만 정작 무슨 내용인지 이해가 안간다고 입을 모았다. 펜시샵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시청 광장에 제로페이 현수막이 대문짝만하게 붙이는 등 홍보를 했다곤 하는데 주변 자영업자들 중 제로페이가 뭔지 제대로 아는 사람이 없다”며 “그나마 시청에서 집중적으로 홍보를 한 신촌과 시청 일대 상권 정도를 빼고는 전혀 모를 것”이라고 말했다.
무턱대고 “소상공인에게 좋은 것”이라고 홍보하는 방식에 대한 불만도 있었다. 또 다른 음식점을 운영하는 조모씨는 “홍보를 하려면 결제 시스템과 정책 원리를 쉽게 설명해줘야 하는데 `착한 결제, 크리스마스 선물`이라며 일단 가입하면 이런게 좋다 식으로 홍보를 하니까 포퓰리즘 선심성 정책이 아닌가 싶어 거부감부터 들었다”고 말했다. 카페를 운영하는 김모씨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손님들에게 내일부터 제로페이 시행하는 거 아냐고 물어봤는데 제로페이가 있는지도 모르더라”며 “가게 주인도 손님도 태반이 모르는 사람들인데 소상공인을 위해서 신용카드 대신에 제로페이를 이용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 회의적”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서울시에 따르면 이 지역 전체 소상공인 66만곳 가운데 3% 정도 되는 2만여곳 정도만 가맹점으로 가입했다.
시민들 “카드 대신 제로페이 선택할 이유 없다”
상인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드나는 손님들의 반응도 들었지만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음식점에서 만난 회사원 박모씨는 “TV인가 인터넷인가 나오는 광고를 얼핏 본 것 같은데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지금도 결제시스템이 많고 카드사들이 넘쳐나는 상황인데 굳이 제로페이로 바꿀 사람들이 있을까 싶다”고 말했다.
20일 시범도입…소비자는 별도 가입 필요없어
20일(오늘)부터 서울과 부산, 경상남도에서 시범운영을 하는 제로페이는 중간 단계 없이 소비자가 소상공인 계좌로 직접 대금을 이체하는 방식이다. 소비자는 전용 앱을 따로 다운로드 할 필요는 없다. 네이버페이·페이코 등 기존 간편결제와 20개 은행 애플리케이션(앱)을 이용해 매장에 비치된 QR코드를 인식하면 자동으로 계좌이체가 이뤄진다.
연 매출 8억원 이하 소상공인이 부담하는 수수료가 0%여서 제로페이라고 하며 연 매출 8억원 초과, 12억원 이하는 0.3%, 12억원 초과는 0.5%의 수수료를 각각 낸다. 소비자는 제로페이 결제금액 중 근로자 5인 미만 소상공인 점포에서 사용한 금액에 한해 40%에 이르는 소득공제 우대혜택을 받을 수 있다. 그밖의 사업장에서 사용된 금액의 소득공제율은 30%다.
제로페이를 이용하고 싶은 소상공인·자영업자는 이전에는 서울페이 홈페이지나 우편접수를 이용했지만 20일부터는 제로페이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가입할 수 있다. 가입하면 QR코드 키트가 배송되는데 약 2주에서 한 달 가량 기간이 걸린다. 가맹점은 가로세로 10cm 가량의 키트를 계산대 주변에 붙여놓고 `제로페이 가맹점`용 앱을 다운 받으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