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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의 찬미’ 알죠?”
수줍은 듯 노래를 시작했다. 목소리는 심금을 울렸다. 기녀의 삶을 사는 게 아니라 가수로 노래를 하고 싶었던 연희(천우희)는 이렇게 눈에 띄었다. 비록 이것으로 친우인 소율(한효주)와 등을 돌리게 됐으나 그것도 괜찮다. 2016년 개봉한 영화 ‘해어화’의 한 장면이다. 1943년 경성의 마지막 기녀 학교가 배경이다. 박흥식 감독은 모든 것이 암울했던 일제강점기를 살았던 기녀의 기구한 삶을 ‘사의 찬미’로 대표했다. 누구도 꺾을 수 없는 ‘말을 아는 꽃’의 꿈이다.
‘광막한 황야에 달리는 인생아’로 시작하는 곡 ‘사의 찬미’는 일제강점기인 1926년 한국 최초의 소프라노인 윤심덕이 발표했다. 이오시프 이바노비치의 ‘다뉴브강의 잔물결’을 번안했으며 가사는 윤심덕이 직접 붙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에서 발매한 첫 우리말 음반이기도 하다. 조선의 ‘글루미 선데이’라 불릴 정도로 우울한 이 곡을 유명하게 만든 건 윤심덕의 삶 때문이다. 일본에서 유학한 신여성으로 화려한 삶을 살았으나 유부남이었던 김우진을 만났고 그와 함께 바다에 몸을 던졌다. 조선인이 정사한 첫 사례라 화제가 됐다.
△오페라로 보는 윤심덕의 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