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조선소, 꽉막힌 금융지원에 혹한기 계속된다

  • 등록 2018-06-19 오전 6:00:00

    수정 2018-06-19 오전 8:20:30

경남 창원 진해구 STX조선해양 야드 전경.(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국내 중견 조선소들의 생존을 위한 혹한기가 계속되고 있다. 이들 조선소에 대한 금융권의 소극적인 자금지원으로 선박 건조에 필요한 최소한의 자금 확보가 어려운 상황에서, 그나마 수주에 성공하더라도 RG(선수금환급보증)발급마저 여의치 않아 이중고에 시달리는 모습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주요 중견조선소가 위치한 지방자치단체 및 지역경제단체들은 최근 금융권에 건의안을 잇따라 전달하고 있다. 정부에서는 중견·중소조선소들을 살리기 위한 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정작 금융권의 실질적인 지원 의지가 높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고 나선 것.

먼저 창원상공회의소는 최근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해양수산부 등 정부부처와 금융감독원, 금융위원회 등 금융 당국에 ‘중형조선업 지원 정책 강화를 요청하는 건의서’를 전달했다. 중견조선소들의 활력 회복을 위해서는 RG발급 조건 완화를 비롯해 저리의 정책자금 지원 등 현재 꽉 막혀있는 금융 지원을 뚫어달라는 것이 주 내용이다.

창원상의는 이번 건의서에서 “선박의 수주 계약에 있어 금융권의 보증은 필수절차이며, 이는 기업의 기술력과 경쟁력 보다 금융권의 재량이 더욱 큰 영향을 미친다”며 “대형조선소의 경우 RG 발급에 큰 어려움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중형조선소의 경우 정부 발주조차 금융권 지원 없이는 실제 계약으로 이어지기 힘든 구조”라고 지적했다.

최근 본격적으로 회생작업에 돌입한 STX조선해양은 수주에 성공했다. 외신 등에 따르면 장윤근 STX조선해양 대표는 이달 초 그리스 아테네 포시도니아 선박박람회에 참석해 현지 선사인 오션골드로부터 MR탱커(미들레인지 석유제품운반선) 2척에 대한 최종 수주계약을 체결하는 성과를 올렸다. 지난해 7월 오션골드로부터 MR탱커 2척, 올해 4월 옵션 2척을 수주했으며 이번에 추가 옵션 2척을 더 확보한 쾌거다. 다만 STX조선해양은 이번 계약이 확정되기 위해서는 RG 발급 과정이 남아있어, 그 추이에 업계 이목이 집중되는 상황이다.

이번 수주에 대한 RG발급은 하반기 수주활동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STX조선해양은 최근 다른 선사들과 여러건의 LOI(건조의향서)를 체결하는 등 수주 활동에 청신호를 켠 만큼, 원활한 RG발급을 기대하는 모습이다.

RG발급 지연으로 계약을 날릴 위기에 놓인 조선소도 있다. 경남 통영에 위치한 중소조선소인 한국야나세 통영조선소는 지난달 초 한아해운으로부터 모래선 1척, 오일케미컬탱크 1척을 수주했지만, 현재까지 RG발급을 받지 못해 계약 취소 위기에 놓였다. 이에 통영시는 이달 초 금융위원회와 산업은행 등에 한국야나세 통영조선소에 대한 RG발급을 추진해달라는 건의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법정관리 돌입을 준비하고 있는 성동조선해양은 현재 1200명의 인력을 400명으로 줄이는 고강도 구조조정 및 회생 인가전 인수합병(M&A) 등 다양한 회생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인건비 등 고정비 감축과 M&A를 통한 현금유동성을 확보해 수주에 나선다는 계획. 다만 이 역시 금융권의 현재와 같은 소극적 RG발급이 이어진다면 성동조선해양은 결국 청산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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