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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은 문재인 대통령과 당 지지율이 각각 70%와 50%를 넘나드는 유리한 구도 속에서도 전략적으로 지방선거 판세를 짜면서 승기를 굳혔다는 분석이다. 반면 구도에서부터 불리하게 출발한 야권은 인물경쟁력에서도 밀리면서 반전의 기회를 잃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집권여당인 민주당의 선거 전략은 공천과정과 선거 초반에는 현역의원 출마 자제를 통한 기호 1번과 원내 1당 사수였다.
지방선거가 치러진 13일 민주당과 한국당의 의석수는 119석대 112석으로 7석의 차이다. 하지만 한국당 일부 의원들의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인한 당선무효와 탈당 등 상황이 벌어지기 전인 연초만 하더라도 두 당 의석수는 121석대 118석으로 단 3석 차이에 불과했다.
당시 민주당에서 광역단체장 출마 하마평에 오르는 의원만 10여명에 달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자칫 원내 1당은 물론 선거에서 기호 1번을 놓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이 때문에 여당은 공천과정에서 현역의원 출마를 3명 이내로 자제시키겠다고 선거 100일 전 공식적으로 천명했다.
이후 민주당의 선거 전략은 ‘조용한 선거대책위원회’였다. 여당이 구도상에서 야권을 압도하는 상황에서 굳이 선거를 시끄럽게 만들어 역전의 기회를 제공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라는 말이 나왔다.
실제로 민주당은 선거 약 1개월을 앞둔 지난달 17일 “화려한 선대위보다는 내실 있는 조용한 선대위를 운영할 것”이라며 “지방선거와 재·보궐에서 국민지지를 받아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이 추구하는 가치를 충실히 수행하는 정당으로 거듭나겠다”고 약속했다. 이런 기조 속에 민주당은 선거유세 현장에서도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 등 한반도 관련 메가톤급 이슈를 지속적으로 언급하면서 야권이 지역이슈로 빈틈을 파고들 빌미를 주지 않았다.
또 당 지도부 외에도 전국적인 인지도가 있는 수도권 의원과 영남지역을 연고로 하는 의원들을 대거 투입해 힘을 보탰다. 기존의 보수 텃밭지역이자 전략지인 부·울·경에 대한 지나친 집중이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6차례 지방선거에서 단 한 번도 민주당 깃발을 내걸고 승리하지 못한 부·울·경 당선자를 배출하면서 합격점을 받았다. 기존 강세지역과 열세지역을 쌍끌이로 가져가면서 두 마리 토끼 잡기에도 성공했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이런 여당에 올드보이(김문수·김태호·이인제)를 전략공천하며 맞섰지만 모두 고배를 마셨다. 구도와 전략의 열세 속에 인물에서 마저 참신함을 보이지 못하면서 만회의 기회를 잃었다는 지적이다. 원내 3당인 바른미래당 역시 안철수(서울시장)·박종진(송파을)·이준석(노원병) 등을 내세웠지만, 당선증을 가져가기에는 힘이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