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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11월 대작 발레공연이 티켓가격에 따라 웃고 울고 있다. 5일 막을 내린 국립발레단의 ‘안나 카레니나’는 티켓가격을 최대 5만원(1층석)에서 최저 5000원(3층석)까지 파격적으로 책정해 6회 공연 모두 매진을 기록했다. 반면 올해 무용공연 중 최고가를 자랑하는 마린스키발레단 내한공연 ‘백조의 호수’(9~12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는 개막이 사흘 앞으로 다가온 6일까지도 매진을 기록하지 못하고 있다.
마린스키발레단 내한공연은 올해 무용팬들이 가장 기다려온 공연으로 꼽힌다. 볼쇼이발레단·아메리칸발레시어터와 함께 세계 3대 발레단으로 손꼽히는 마린스키발레단의 5년 만의 내한이자 수석무용수 김기민을 만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이기 때문이다. 티켓가격도 최고 28만원(R석)에서 최저 5만원(C석)으로 기존 발레공연보다 2배 이상 비싸게 책정했다.
마린스키발레단 내한공연의 티켓가격이 높아진 이유가 있다. 외부에서 지원을 받는 다른 발레공연과 달리 공연기획사에서 직접 발레단을 초청하고 극장을 대관해 공연을 기획했기 때문이다. 클래식공연을 주로 열어온 서울콘서트매니지먼트가 이번 공연을 기획했다. 김진용 대표는 “마린스키오케스트라 연주자들과의 친분으로 우연히 발레단 공연을 본 뒤 내한을 추진하게 됐다”면서 “이윤 추구도 중요하지만 한국 공연계의 여건을 감안해 가격을 책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무용팬 사이에서는 이번 마린스키발레단 내한공연이 지나치게 비싸다는 말이 나온다. 특히 김기민을 비롯한 수석무용수만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는 마린스키발레단 소속이고 군무진은 마린스키극장의 분관인 블라디보스토크의 마린스키 4극장 소속 프리모스키 스테이지 무용수란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높았던 관심도 한풀 꺾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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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공연의 티켓가격에 대한 엇갈린 반응은 무용계의 현실을 잘 보여준다. 심정민 무용평론가는 “무용의 경우 수익보다 관객의 저변 확대를 먼저 생각해 가격을 저렴하게 책정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번 마린스키발레단 내한공연은 상업적인 목적에 가격을 맞추다 보니 반감이 생기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비슷한 기간에 올리는 발레공연의 경우 외부 지원을 통해 가격을 낮춘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국립발레단의 ‘안나 카레니나’는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주관하는 평창문화올림픽 프로그램으로 지원을 받은 덕분에 티켓가격을 저렴하게 책정할 수 있었다. 스페인국립무용단의 ‘카르멘’(9~12일 LG아트센터)도 LG연암문화재단의 지원을 통해 기존 무용공연과 같은 최대 12만원(VIP석)으로 책정했다.
그동안 해외발레단의 내한공연은 비싼 티켓가격으로 입방아에 자주 올랐다. 2012년 아메리칸발레시어터의 ‘지젤’은 역대 무용공연 최고가인 50만원(VIP석)을 기록했다. 2015년 강수진 국립발레단 예술감독이 현역으로 함께했던 슈투트가르트발레단의 ‘오네긴’도 마린스키발레단 내한공연과 같은 최고가 28만원(R석)이었다.
심 평론가는 “해외 유명 무용단의 공연을 민간에서 유치해 흑자를 낸 적은 거의 없을 것”이라면서 “이번 마린스키발레단 내한공연의 티켓가격도 현실과 괴리가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마린스키발레단 내한공연은 수익을 생각한다면 추진할 수 없는 공연”이라면서 “김기민의 활약을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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