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면서 자신의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는 소위 ‘갱년기 우울증’을 앓는 남성들이 늘고 있다. 갱년기는 과거 여성들에게만 발생하는 질환으로 알려졌지만, 중년 남성들 또한 40대 이후부터 여성들과 비슷한 갱년기 증상을 겪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대한남성과학회에서 시행한 남성갱년기 유병률 조사 연구에 따르면 40대 이상 남성 갱년기 유병률은 28.4%에 이른다. 특히 나이가 들수록 이러한 남성 갱년기 유병률은 점차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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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의 이기경 정신건강의학과 과장은 “남성 갱년기 우울증의 경우 신체적 변화에 더해 사회적 지위 변화에 따른 심적변화 등이 겹치는 경우가 많다”며 “특히 남성들의 경우 사회적인 지위나 남들의 시선을 의식해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아 더 심각해지는 경향이 있는데, 이러한 심적 변화에 대해 숨기기보다는 자연스러운 변화로 받아들이고 치료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호르몬 변화와 스트레스가 원인
남성의 경우에도 이와 비슷하다.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은 30대에 정점에 이르렀다가 이후 해마다 감소하게 된다. 이러한 변화로 인해 40~60세 남성의 약 7%, 60~80세 남성의 경우 21%는 혈중 남성호르몬 농도가 정상치 미만으로 떨어지게 된다. 이러한 호르몬의 변화로 인해 남성 또한 여성과 유사하게 ‘갱년기 우울증’을 겪게 된다. 다만 폐경을 겪는 여성과 달리 남성의 경우 급격한 호르몬 변화를 겪지 않는 만큼 이를 바로 인식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남성 갱년기 우울증의 또 다른 원인은 바로 사회적 위치 변화에 따른 상실감을 들 수 있다. 특히 갱년기에 접어든 남성들의 경우 가정을 부양해야 한다는 의무감에 더해 은퇴, 실직 등 기존 가지고 있던 사회적 지위를 빼앗길 수 있다는 불안감 및 압박감이 심해지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정규직에서 실업으로 고용형태가 바뀔 경우 우울증 발생 위험이 1.78배, 비정규직에서 실업으로 바뀔 경우에는 1.65배 등 고용형태의 변화가 우울증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 심각해지면 질병
문제는 이러한 남성 갱년기 우울증이 해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으며, 이로 인한 사회적인 손실 또한 크다는 점이다. 국민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40대 이상 남성 우울증 환자는 지난해 15만3840명으로 2012년 13만3855명에서 약 15% 증가했다. 이는 같은 기간 40대 이상 여성 우울증 환자가 7.9% 늘어난 것보다 약 2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더불어 남성들의 경우 이러한 우울증으로 인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가 많아 주의해야 한다. ‘2016 자살예방백서’에 따르면 남성 자살 사망률은 인구 10만 명 당 38.4명으로 같은 조건 여성 대비 2.38배 높았다.
우울증의 또 다른 원인인 일상적인 문제나 스트레스에 대해서는 정신과 치료가 반드시 필요하다. 특히 갱년기 남성의 경우 개인이 짊어질 수 있는 한계를 벗어나는 책임감과 의무감, 혹은 사회적인 지위 등으로 인한 박탈감 등으로 인해 자아가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는가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로 인해 감정 이상이 느껴질 경우에는 전문가 조언을 구하는 것이 좋다.
이기경 과장은 “남성 갱년기 우울증의 경우 극단적인 선택까지 가는 경우가 많아 자신 및 주위 사람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며 “신체 및 사회적인 지위 변화에 민감한 갱년기 남성의 경우 주위 환경에 받는 영향도 큰 만큼 무엇보다 주위 사람들의 배려가 중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