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 기업경쟁력 높이는 '퇴사학교' 활용법

  • 등록 2016-05-31 오전 3:01:01

    수정 2016-05-31 오전 3:01:01

[강혜련 이화여대 경영학과 교수] 우리나라 청년실업률이 10%를 넘어섰다. 대학 졸업한 젊은이들도 취업하기 어려워 일자리가 국가적 현안이 되고 있다. 그런데 다른 한쪽에서는 취업에 성공한 직장인들이 퇴사를 꿈꾸며 다니는 학교, 일명 ‘퇴사(退社)학교’가 개교해 성업 중이라고 한다. 이 학교 학칙에는 ‘회사에 절대 소문내지 않기’, ‘사무실에서는 절대 학교홈피 접속하지 않기’ 등이 있다.

여기서 한 가지 궁금한 것은 퇴사학교에 다니는 직장인들이 조직의 저(低)성과자나 부적응자들일까. 만일 그렇다면 회사 입장에서는 두 손들고 환영할 일이다. 일단 채용하면 여간해서는 해고하기 어려운 우리 현실을 감안하면 말이다. 그런데 퇴사학교에 다니는 사람들은 자신의 삶에서 ‘내가 진정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일까’라는 고민과 자기성찰이 절실했다고 한다. 고등학교 다닐 때는 대학입시에 목매고 대학 들어와서는 취업에 올인하다 보니 정작 ‘나는 어떤 사람인가, 내 삶에서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해보지 못한 채 직장생활을 하게 된다. 그렇다면 이런 고민을 하지 않고 직장을 다니는 사람들은 고성과자일까 아니면 열정은 사라진지 오래지만 생계를 위해 기계처럼 출퇴근하는 사람들일까.

회사 입장에서는 채용관리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이직관리다. 왜냐하면 자칫 잘못하면 잠재력과 자기 고민이 많은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이직을 택하는 반면 잠재력이 별로 없고 다른 대안적 고민도 하지 않는 직원들은 끝까지 회사에 남아있기 때문이다. 순응성이 가장 중요한 조직의 가치라면 큰 고민이 없겠지만 지금처럼 역동적인 환경에서 끊임없이 자기부정을 해보고 번뇌하는 직원이 오히려 무언가 새로운 발상을 해낼 가능성이 크다.

스스로 회사를 그만두겠다는 사람 중에는 물론 기대에 못 미처 눈밖에 난 사람들이 있지만 다른 한편에는 괜찮은 직원들이 뜻밖에 사표를 내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인사담당자가 면담을 통해 이들을 설득해보려 하지만 이미 뒤늦은 때이다.

직장인들의 자괴감은 비단 민간기업에 국한되지 않는다. 최근 유서를 남기고 자살한 젊은 검사 기사를 읽으면서 마치 내 가족의 일인 것처럼 가슴 아팠다. 내용인즉 일도 잘하고 성격도 활달한 초임검사가 “일이 너무 많다, 해결책은 보이지 않는데 사건은 늘어만 간다. 물건 못파는 영업사원이 이런 심정이겠지”라는 고민 끝에 자살한 것이다. 그럼 검사 그만두고 변호사 개업하면 되지 않았을까. 그런데 그의 고민은 여기서 검사를 그만두면 평생 실패자로 낙인 찍힐 것을 두려워 한 것이다. 퇴사학교 같은 것이 진작에 있었더라면 혹시 이런 비극을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구글의 성공원천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게 되는데 가장 핵심적인 것은 역시 사람관리이다. 일반 기업들이 통용하는 인사관리나 인적자원관리 대신 구글은 특이하게도 ‘사람운용’이라는 용어를 쓴다. 조직구성원 즉 사람은 관리의 대상이 아닌 것이다. 그 보다는 어떻게 하면 직원들이 가진 잠재력을 최대로 운용할 지에 관해 고민한다. 그래서 구글은 채용한 신입직원들이 기대만큼 성과를 내지 못하면 그들의 능력을 탓하기 전에 회사 인사배치에서 미스매치의 가능성을 두고 무엇보다도 업무나 부서를 먼저 바꾸어준다고 한다.

퇴사학교를 설립한 젊은 교장은 말한다. 퇴사를 하지 않고도 자아에 대해 고민하고 그것들을 회사와 같이 해결하면서 일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라고 말이다. 좀 더 다양한 퇴사학교가 더 많이 만들어지면 좋겠다. 그리고 학칙은 이렇게 개정했으면 더 좋겠다. ‘회사가 퇴사학교 다니면서 많은 고민하도록 격려하기’, ‘회사에 염증이 나고 좌절하는 순간 언제든 학교홈피 들어가 미래꿈꾸기’라고 말이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추위 속 핸드폰..'손 시려'
  • 김혜수, 방부제 美
  • 쀼~ 어머나!
  • 대왕고래 시추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