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용갑 기자] “지난 4년간 설·추석 명절 때 고향에 내려간 적이 없어요. 연예인 스케줄이 유동적이라 기차표를 미리 예약하기도 힘들고…”
고향이 대구인 5년차 로드매니저 이모(29) 팀장은 4일 “지금도 일손이 부족하면 현장에서 뛸 수밖에 없다. 명절 연휴는 ‘그림의 떡’”이라고 말했다.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유명 걸그룹 소속사의 팀장인 그는 남들처럼 명절 귀성은 엄두도 못 낸다. 그는 “연예인들과 함께 움직이니 겉으론 화려해 보이지만 10명 중 6명은 중간에 그만 둘 정도로 노동 강도가 센 직업”이라며 “명절 연휴 고향에 못 내려가는 경우는 비일비재하다”고 했다.
특히 연휴 기간은 예능 등 방송사 특집 프로그램이 많아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시기다. 그는 “운전부터 경호까지 해야 하고 설 전날에도 최소 두세 개의 녹화 촬영 일정을 소화하려면 도저히 고향에 갈 짬이 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오후 4시 시작하는 생방송을 위해서는 오전 7시부터 리허설 준비를 해야 한다”며 “리허설 카메라 촬영 모니터링도 로드매니저의 몫이다. 어쩌다 연휴 기간 하루 스케줄이 없다 해도 녹초가 되다시피 해 차라리 서울에서 쉬는 게 낫다”고 덧붙였다.
업무 강도에 비해 로드매니저는 대표적인 ‘박봉’의 세계다. 이 팀장은 “선배들은 50만원을 받고 일을 했다고 들었다”며 “로드매니저를 처음 시작할 땐 수습 3개월 동안 월 120만원을 받았고 수습이 끝난 뒤 150만원으로 올랐다”고 말했다. 주말·휴일 근무 수당은 언감생심이다. 그는 “주말에도 대부분 일하는 경우가 많은데 수당을 주는 연예 기획사는 거의 없다”고 전했다.
‘환상’을 갖고 접어든 길이지만 이젠 꿈과 미래를 생각하며 버틴다. 소속 연예인이 성장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짜릿한 성취감과 보람도 느낀다.
이 팀장은 “로드매니저를 하면서 그만두고 싶단 생각도 여러 번 했지만 꿈을 생각하며 버티고 있다”며 “지금은 로드매니저이지만 언젠가 제작자로 변신해 나만의 기획사를 차릴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