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가족은 여전히 유쾌하다 "인생은 아름다워!"

조각가 김경민 4년 만에 개인전
소소한 가족일상 담은 30여점 선봬
길쭉한 팔다리 인물 트레이드마크'
"아이들 크면 '노화' 다루고파"
원서동 아트스페이스H서 30일까지
  • 등록 2015-07-17 오전 6:21:00

    수정 2015-07-17 오전 6:21:00

김경민 작가의 ‘집으로 II’. 김 작가는 일상에서 가족과 누리는 행복한 순간을 특유의 조각작품으로 형상화했다. 삶의 긍정적인 에너지가 자연스럽게 배어 있다(사진=아트스페이스H).


[이데일리 김용운 기자] 서울 압구정동 로데오거리 입구에도 있다. 상암동 한 방송사 건물 앞에서도 볼 수 있다. 광화문 일본대사관 뒤편 빌딩숲에서도, 테헤란로 큰 길가에서도 눈에 띈다. 여수 해양엑스포국제관 앞에서도 발견된다. 외국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싱가포르 시외버스터미널 베독몰 앞이라든가 중국 청두의 하버시티몰, 홍콩의 하버시티와 국제 자전거경륜장에서도 고개를 앞으로 치켜들고 환하고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긴 팔과 다리를 휘저으며 앞을 향해 나아가는 모습의 특별한 조각상을 만날 수 있다.

국내를 넘어 해외서까지 주목받는 조각가 김경민(43)이 4년 만에 개인전을 연다. 서울 종로구 원서동 아트스페이스H에서 오는 30일까지 여는 전시에서 김 작가는 ‘집으로 II’ ‘행복의 기억’ ‘드라이빙’ 등 2011년 개인전 이후 작업한 작품을 비롯해 30여점을 선보인다. 작가가 누군지는 몰라도 많은 이들이 ‘아!’ 하며 아는 체를 할 수 있을 만큼 김 작가의 작품들은 대중적이다. 보고만 있어도 입가에 흐뭇한 미소를 번지게 하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미술평론가 김윤섭은 김 작가의 작품에 대해 “행복의 정의를 찾는 경쾌한 퍼레이드”라고 평하기도 했다.

김경민 작가의 ‘야구가족’(사진=아트스페이스H)


최근 전시장에서 만난 김 작가는 “오랜만에 여는 개인전이지만 작품에서 크게 달라진 점은 없다”며 “서로 애정을 표현하는 남녀, 나들이에 나선 가족 등 사는 동안 평범한 순간에서 느끼는 행복을 표현했다”고 말했다.

김 작가는 추상조각을 하는 남편 권치규(48) 작가와는 달리 누가 봐도 쉽게 알 수 있는 구상조각으로 유명하다. 이 시대의 가족이 누리는 일상의 행복을 천진하고 해맑은 표정의 인물로 표현해서다. 하지만 처음부터 소소하고 정겨운 일상의 풍경을 조각한 것은 아니었다.

김 작가는 “결혼 전에는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을 담은 풍자에 관심이 많았다”며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엄마로 살게 되면서 점차 주변으로 관심이 옮겨지며 작품세계도 달라졌다”고 말했다. 이후 김 작가는 자신의 가족을 모델로 작품을 만들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느끼는 행복이나 생활 속 작은 에피소드를 꾸준히 스케치했고 이를 토대로 춤을 추듯 우아한 자세로 움직이는 팝아트적 인물상을 구현했다. 처음에는 플라스틱을 이용했지만 2011년부터 청동으로 상을 만든 후 아크릴로 채색했다. 마냥 신이 난 표정의 얼굴과 긴 팔다리를 가진 인물들은 김 작가의 ‘전매특허’가 됐다.

김경민 작가의 ‘꿈’(사진=아트스페이스H)


김 작가는 “기쁨·슬픔 등의 감정을 인체의 선을 통해 표현해 내려 한다”면서 “인체의 선이 길어진 것은 경쾌한 삶의 리듬을 표현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그러나 언제까지 삶이 경쾌할 수만은 없다. 인생의 기쁨·행복은 슬픔·불행과 쌍둥이처럼 붙어다니기 때문이다. 1남2녀 세 아이를 둔 김 작가는 “아이들이 크면서 점차 부모를 따라다니지 않는다. 작품 속에서 차츰 아이들이 사라질 것 같다”고 말했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노화’를 주제로 삼은 작품이 나올 수도 있다는 소리다.

이번 개인전을 시작으로 해외전시 일정도 다시 잡았다. 하반기부터 타이완과 중국의 베이징·상하이에서 개인전을 열 예정이다. 국내선 백화점과 골프장 같은 곳에서 꾸준히 작업의뢰를 받고 있다. 김 작가는 “지금도 작품을 의뢰받을 때마다 무척 고맙고 행복하다”며 “처음 우리 가족끼리만 보던 작품을 한국을 넘어 아시아, 또 세계에까지 보여주고 싶은 꿈도 생겼다”고 전했다. 02-765-5000.

김경민 작가(사진=김용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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