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 우리 사회에 부는 '요리하는 남자' 열풍

  • 등록 2015-03-11 오전 6:00:01

    수정 2015-03-11 오전 6:00:01

[하재근 문화평론가] 최근 탤런트 차승원이 케이블채널 tvN의 ‘삼시세끼’에 출연해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그는 삼시세끼에서 ‘차줌마’ 캐릭터로 주방에서 요리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바로 이 캐릭터에 이 시대 시청자들이 꽂혔다. 과거 차승원은 차갑고 지적인 느낌의 ‘차도남’ 스타일이었고 근육을 강하게 키운 터프남 이미지도 있었다. 그런 사람이 요리하는 남자로 변신한 점이 특히 여성들 사이에서 뜨거운 반응을 일으킨 것이다.

지금까지는 남자가 과묵하고 강한 이미지를 풍겨야 이상적이라고 여겨졌다. 그러나 이젠 여자들이 보다 부드럽고 가정적인 남자를 원한다. 남자의 육아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진 것에도 이런 세태가 반영됐다. 요리하는 모습은 그 남자가 다정다감하고 가정적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남자가 요리를 능숙하게 하는 모습을 보이면 여자들은 ‘저 남자가 가족을 위해 얼마나 많은 요리를 했길래 저렇게 잘 할까’라며 상상에 빠져든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요리하는 남자 프로그램이 인기를 얻고 있다. 올리브TV의 ‘성시경, 신동엽의 오늘 뭐 먹지’, JTBC의 ‘냉장고를 부탁해’ 등은 남자를 내세운 요리 방송이다. 이 밖에 ‘슈퍼맨이 돌아왔다’나 ‘아빠 어디가’ 등도 아버지가 아이를 위해 식사를 만들어주는 모습을 방영하면서 남자 요리방송의 매력을 선보였다. 삼시세끼의 차승원의 인기 폭발은 바로 이런 흐름 속에서 나타난 사회적 현상이다.

‘남자 요리’라는 키워드로 빅데이터 분석을 하면 연관 심리 키워드로 ‘괜찮다’, ‘근사’, ‘반하다’, ‘진심’, ‘좋은’, ‘부드럽다’ 등이 등장한다. 요리 잘 하는 남자가 괜찮고, 근사하고, 반할 만하고, 좋고, 부드럽게 보이며 요리하는 모습에서 진심까지 느껴진다는 이야기다. 긍부정 연관어를 찾아보면 10위까지 부정 연관어는 하나도 없고 긍정 연관어 9개와 중립 연관어 1개가 나타난다. 요리하는 남자가 절대적 호감을 주는 시대가 열린 셈이다.

요리 프로그램들이 이처럼 남자를 내세우는 것은 지금이 남자들의 전성시대이며 여자들의 약세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주요 예능프로그램에서 여자들이 거의 자취를 감췄다. 영화계에서도 남자들이 주요 역할을 독식한다. 최근 유행하는 이른바 ‘멀티캐스팅’, 즉 주요 연기자 여럿이 동시에 등장하는 영화들은 여배우 한 두 명 외에 모두 남자들로 채워질 때가 많다.

이는 대중문화 주 소비층이 여자들인데 그들이 같은 여자보단 매력적인 남자들을 더 많이 보길 원해서다. 또한 남자들이 대중문화 속에서 보여주는 허당끼, 우정 등이 인간미를 느기게 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이기 때문에 삼시세끼 제작진은 과감하게 여자 출연자 없이 남자들만으로 프로그램을 기획했고 그 속에서 요리 전담 캐릭터를 맡은 차승원의 인기가 폭발한 것이다.

여자들이 강하면서도 동시에 부드럽고 가정적인 남자에 끌리는 것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 흐름이다. 그런 점에서 봤을 때 앞으로 요리를 통해 인기를 얻는 제2, 제3의 차승원이 잇따라 나타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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