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거대한 미로 궁정 라비린토스. 영국 추리소설의 여왕 아가사가 레이몬드에게 이야기를 시작한다. “크레타의 왕 미노스는 반인반수 괴물 미노타우로스를 가두기 위해 한번 들어가면 나올 수 없는 미궁을 만들었단다. 테세우스는 왕녀 아리아드네의 도움으로 붉은색 실타래를 입구에서부터 풀고 들어가다 괴물을 만나게 됐지.” 아가사의 설명이 끝날 무렵 무대 위에 거대한 괴물이 등장한다. 동굴 안에서 살며시 고개를 내밀며 나타난 괴물. 인형이나 분장을 한 배우가 아니다. 영상이다. 뮤지컬 ‘아가사’ 팀이 뉴미디어 기술을 활용해 마치 실제처럼 만들어낸 신화 속 괴물이다.
진화한 무대기술 덕에 관객의 눈이 호강하고 있다. 대표작은 오는 5월 10일까지 서울 종로구 연건동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서 공연하는 뮤지컬 ‘아가사’와 27일부터 4월 26일까지 서울 성동구 행당동 소월아트홀에 오르는 연극 ‘동작그만’. 두 작품 모두 무대 전환과 극의 전개에서 영상을 적극 활용했다.
△뮤지컬 ‘아가사’…무대 위 특수 망사막만 1000만원
대극장 무대로 옮기면서 음악과 배우, 무대장치 등 여러 면에서 변화를 꾀했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건 영상이다. 무대에 투사된 수십개의 철문은 수시로 움직이며 관객에게 마치 미궁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듯한 착각을 던져준다. 아가사의 내면을 비추는 수십개의 거울과 그녀가 사라진 숲 장면에서도 영상으로 기묘한 분위기를 연출해냈다.
△연극 ‘동작그만’…미디어아트 기술로 현대화
연극 ‘동작그만’은 과거 KBS 인기 프로그램 유머1번지 ‘동작그만’의 25년 후를 그린 작품. 최근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군대 소재 프로그램의 원조격이라고 할 수 있는 ‘동작그만’에서는 원년멤버인 이봉원·이상운 등이 그대로 출연한다. 당시로부터 수년이 지나 한자리에 모이게 된 이상운 메기 병장, 이봉원 곰팽이 일병, 뺀질이 병장에게 일어나는 해프닝을 다룬다. 주인공들의 역전된 상황을 콩트·슬랩스틱·드라마·토크·쇼 등으로 연출하며 강력한 웃음 폭탄을 선사함과 동시에 세월이 지난 후 중년이 겪는 삶과 애환을 함께 풀어낼 예정이다.
특히 무대에 접목한 미디어아트 기술을 주목할 만하다. 과거의 콘텐츠를 현대화하기 위한 장치. 오프닝 군무에서 사용한 ‘퍼포먼스 맵핑’이 대표적이다. ‘퍼포먼스 맵핑’이란 배우의 동작이나 움직임에 맞게 영상을 씌우는 작업을 말한다. 이번 공연에선 영상을 단순히 배경으로서가 아니라 극의 흐름을 이끄는 도구로 활용했다. 정종형 미디어아트 감독은 “공연시작부터 끝까지 영상이 계속해서 나오기 때문에 볼거리가 많을 것”이라며 “관객층을 고려해 단순하고 이해가 쉬우면서도 화려한 영상을 쓰도록 노력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