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지난해 2월 회사원 박미혜(25·가명)씨는 생일날 친구에게 모바일 상품권을 선물받았다. 딱히 쓸 일이 생기지 않아 사용을 미루다보니 유효기간인 두 달이 다 됐다. 박씨는 발행 업체에 유효기간 연장을 요청했지만 업체 측은 “유효기간 연장 규정이 없다”며 거부했다.
그러나 상품권 발행과 유통을 시장 자율에 맡기면서 부작용 또한 적지 않다. 발행 사기, 지나치게 짧은 유효기간, 잔액 지급 거부 등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되는 상품권 관련 민원이 매년 수천 건이다. 발행 규제 강화 등 소비자 보호를 위한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비자원 접수 민원 태반이 ‘구매 사기’
2010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3년 6개월 동안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상품권 관련 상담은 총 7648건에 달했다. 연평균 2185건이다. 2010년 1065건, 2011년 3352건, 2012년 2139건, 지난해에는 6월까지 1092건의 상담이 접수됐다. 2011년에는 상품권 25% 할인 사기로 약 45억원, 상품권과 온라인캐쉬를 교환해주는 MS포인트 관련 사기로 35억원의 피해가 발생하는 등 상품권 관련 대형 사기 피해사건이 연이어 발생해 민원이 폭주했다.
민원이 접수됐다고 해서 피해를 보상받을 수 있는 건 아니다. 상담 대비 피해 구제 비율은 2010년 3.3%(35건), 2011년 10.4%(348건), 2012년 4.7%(101건), 2013년 6월 7.23%(79건)에 그쳤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규제 완화를 통한 경기 부양책의 일환으로 상품권법을 폐기하면서 상품권에 대해 직접적인 구속력을 지닌 법 규정이 없어진 탓이다.
7648건의 민원 중 가장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입은 사례는 ‘온라인으로 구매한 상품권을 받지 못하는 경우’(59.4%)다. 상품권 유효기간 경과로 사용하지 못해 피해를 호소한 경우(16.1%)와 발행업체와 가맹점간 계약이 해지되거나 발행업체가 문을 닫으면서 상품권이 휴지조각이 돼 민원을 제기한 경우(11.0%)도 적지 않았다. 이어 상품권 환불 거부(7.9%), 사용 후 잔액 환급 거부(2.6%), 할인판매 기간 중 상품권 사용 거부(0.9%), 기타(2%) 순이었다.
두달짜리 모바일 상품권 …쓰려고 보면 유효기간 경과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고속 성장하고 있는 모바일 상품권이나 교환권은 유효기간 관련 민원이 대다수다. 종이 형태의 일반 상품권의 유효기간이 일반적으로 5년이고, 주요 백화점 상품권은 아예 유효기간이 없는데 비해 모바일 상품권은 2~3개월에 불과하다. ‘상품권 표준약관’에 모바일 상품권에 대한 규정이 없어 유효기간을 발행업체가 임의대로 정할 수 있어서다. 모바일 상품권 미이용 잔액은 2011년 46억원, 2012년 상반기에만 39억원에 달했다. 유효기간은 짧고 환불 절차가 복잡해 환불을 포기하는 소비자들이 많은 때문이다. 국내 모바일 상품권 시장은 연 30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일례로 이용자가 폭증하고 있는 카카오톡 기프티콘 서비스의 경우 상품권은 90일 단위로 2번, 교환권의 경우 60일 단위로 3번 연장이 가능하다. 그러나 유효기간 연장에 대한 설명은 고객센터를 통해서만 확인할 수 있다. 상품권 표준약관은 상품권법 폐지로 인한 소비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1999년 공정거래위원회가 만든 일종의 가이드라인이다.
배윤성 한국소비자원 거래조사팀장은 “최근 들어 모바일 상품권을 이용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종이 상품권은 유가증권으로서 가치를 느끼는데 모바일 상품권은 휴대전화에 있다보니 소비자가 가치를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며 “소비자 권익 보호를 위해 상품권 시장을 규제할 만한 최소한의 법적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허경옥 성신여대 생활문화소비자학과 교수는 “상품권 발행업체가 상품권 표준약관을 준수하고 피해가 발생하면 의무적으로 이를 보상하도록 해야 한다”며 “소비자들도 공신력 있는 상품권을 구매하고 유효기간 등 주의사항을 숙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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