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옌헝 ‘자동차 여관’(사진=아라리오갤러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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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용운 기자] 지평선 위로 끝없이 이어진 도로를 내달리는 자동차. 하루종일 달려도 인가가 없는 도로에서 운전자가 찾는 것은 하룻밤 묵어갈 쉼터다. 호텔이 아닌 모텔은 이렇게 탄생했다.
모텔이 처음 문을 연 곳은 미국이다. 하지만 중국에도 미국식 모텔이 들어서고 있다. 미국과 엇비슷한 규모의 국토이기에 가능하다. 하지만 중국 사람들은 모텔을 달리 부른다. 바로 ‘자동차 여관’이다.
오는 13일까지 서울 소격동 아리오갤러리에서 열리는 옌헝의 첫 번째 국내 개인전 ‘자동차 여관’은 현재 중국의 젊은 작가들의 고뇌를 엿볼 수 있는 전시회다. 1982년 생인 옌헝은 ‘빠링허우(80後)’ 세대를 대표하는 작가라는 평을 받는다. 이는 중국에서 1980년대에 태어난 세대를 이르는 말로 정치적 자유와 경제적 풍요를 동시에 누린 세대로 통한다. 옌헝은 루신미술대에서 연마한 전통 회화방식과 현대적 개념을 더해 독특한 작품세계를 구축했다.
이번 전시에서 회화 및 설치작품 등 총 15점을 국내 관람객에게 선보인다. 옌헝은 한국에 첫 전시를 열며 “디지털 사고를 전통 유화방식에 담는 등 정반대의 이미지를 충돌시켜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다”고 말했다.
대표작인 ‘자동차 여관’에는 화학기호, 철학서적 등이 빼곡이 적혀 있고 부러진 의자와 연소 중인 사람을 병치했다. 다른 작품에서도 칠판과 판서 내용이 눈에 띈다. 중국 평단에서는 그의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칠판에 대해 “정보가 쏟아지는 통로로서 현대 문명에 대한 은유”라고 해석하고 있다. 또한 화학기호, 인체해부도, 설계도 등의 판서 내용은 “상징적인 이미지와 결부돼 지금의 중국시대를 풍자한다”고 평가했다.
그렇다면 ‘자동차 여관’을 이번 전시의 대표작으로 꼽은 이유는 무엇일까. 작가의 답은 이랬다. “이번 전시는 고단한 창작 여정의 쉼표가 됐기 때문이다.” 02-541-5701.
| 옌헝 ‘Black Screen’(사진=아라리오 갤러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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