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간 증인채택 공방이 불거지면서 청문회와 국감 본래의 취지가 훼손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여야는 앞서 지난 20일, 오는 29일부터 이틀간 열리는 김황식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의 증인 채택 문제를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민주당은 김 후보자가 대법관과 감사원장으로 있을 당시 누나가 총장으로 있는 동신대의 국고 지원이 크게 늘었다며 누나 김필식 동신대 총장을 증인으로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또 4대강 사업에 대한 감사와 관련해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 법률 지원 단장을 맡았던 은진수 감사위원의 증인채택도 요구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청문회를 정치 공세의 장으로 활용하려는 민주당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난색을 표하면서 수차례 협의 끝에 접점을 찾지 못했다.
한나라당은 23일 오후 2차 회의를 열어 증인 채택을 다시 논의하자는 입장이지만 민주당의 참석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다음달 4일부터 23일까지 20일 간 진행되는 국정 감사를 앞두고도 여야는 증인 채택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지난 14일 금융실명제법 위반 의혹이 제기된 라응찬 신한금융지주회장 등의 증인 채택을 논의했지만 한나라당이 부정적인 뜻을 밝히면서 여야 간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라 회장은 지난해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에게 50억원을 건넨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았지만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로 무혐의 내사종결 처리된 바 있다.
하지만 한나라당 이상득 의원과 총리실 국무차장을 역임한 박영준 지식경제부 제2차관,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동비서관 등의 증인 채택은 한나라당의 반발로 불발됐다.
국회 국방위와 외통위에서는 천안함의 사고 가능성을 언급한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 미대사의 증인 채택 여부가 관심사다.
야당은 증인 채택을 적극 검토하고 있지만 한나라당은 부정적인 기류를 내비치고 있다.
이와 함께 외통위는 자녀 특채 의혹과 관련해 유명환, 유종하, 홍순영 등 전 외교장관 3명을 증인으로 채택하기로 했지만 일부 증인들이 해외 출장을 이유로 출석하지 못한다는 입장을 밝혀와 '김빠진 국감'이 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법사위와 행안위에서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차명계좌' 논란을 둘러싸고 민주당이 이인규 전 대검 중앙수사부장의 증인 채택을 요구하고 나섰다.
교과위는 상지대의 옛 비리재단 복귀 문제와 관련해 이우근 사학분쟁조정위원장과 안병만 전 교과부 장관의 증인채택을 놓고 여야가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여야 모두 한 발 짝도 물러설 수 없다는 방침이어서 팽팽한 기싸움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