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환은 31일 오전 호주 멜버른 로드 레이버 아레나에서 벌어진 대회 자유형 1500m 예선에서 15분03초62를 기록하며 전체 9위에 랭크, 상위 8명에게 주어지는 결승전 티켓을 아슬아슬하게 놓쳤다. 이로써 자유형 400m 우승자 박태환은 2관왕을 다음 기회로 미루게 됐다.
'장거리 수영의 황제' 해켓의 페이스에 말린 것이 화근이었다. 박태환은 이날 5조, 4레인에 배정돼 같은 조의 5레인을 받은 ‘디펜딩 챔피언’ 해켓과 나란히 예선전을 치렀다. 헤켓은 노련했다. 해켓은 처음 100m 턴 지점을 가장 먼저 찍었으나 이후 페이스를 조절하면서 선두를 미국의 에릭 벤트에게 내줬다. 헤켓보다 0.14초 늦은 조 2위로 100m를 통과한 박태환은 해켓과 나란히 역영하면서 페이스를 맞췄고, 그 사이 벤트는 '쭉쭉' 앞서 나가기 시작했다.
반면 해켓과 보조를 맞추면서 페이스가 흐트러진 박태환은 막판 해켓의 페이스를 따라잡지 못했고, 결국 선두 해켓보다 4초38이나 늦게 터치패드를 찍었다.
해켓은 지난 10년간 벌어진 세계선수권 및 올림픽에서 자유형 1500m 우승을 놓친 적이 없는 이 부문 최강자다. 특히 2001년 세계선수권에서 그가 작성한 14분34초56의 세계기록은 6년째 깨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예선전에서 보여준, 여우같은 헤켓의 경기 운영 능력은 그가 여전히 세계적인 선수임을 입증했고, 박태환을 결승 문턱에서 탈락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