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업이슈)AOL-타임워너를 때리는 이유는

  • 등록 2002-03-31 오후 4:01:01

    수정 2002-03-31 오후 4:01:01

[edaily 김홍기기자] 미국의 대표적 온-오프라인 미디어 그룹인 AOL-타임워너가 사면초가에 빠졌다. 부채 증가와 주가 하락으로 인해 AOL-타임워너의 주가에 대한 일반투자자들의 신뢰가 흔들리고 있을 뿐 아니라 AOL-타임워너의 든든한 후견인 역할을 했던 애널리스트에게도 따돌림을 당하고 있다. 그리고 "관례"였던 회계처리에 대해서조차 의혹의 눈길을 보내는 사람들까지 나왔다. 그러나 흔히 말하는 펀더멘털이 이를 쉽게 극복할 수 있을 것 같지 않다는 데 문제가 있다. 불과 26개월 전만 해도 타임워너의 인수로 전 세계에서 가장 바람직한 모델을 갖춘 미디어그룹이라는 찬사를 받았던 AOL이 이제는 "장래가 불투명하다"는 이야기를 들어야 하는 상태에 놓이게 된 데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시장의 싸늘한 반응은 주가에서 보여진다. AOL-타임워너의 주가는 작년 11월30일 이후 33%나 떨어졌는데, 다른 미디어 기업의 주가는 그동안 평균 3% 상승했다. 9월11일 테러사태 이후의 주가 반등에서 AOL 타임워너 만이 거의 왕따를 당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주가하락이 심리적인 요인 때문만이 아니라는 데 있다. 가장 중요한 수입원인 광고가 예상보다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고 AOL의 성장엔진이었던 전화접속 서비스도 ADSL의 보급 확산에 따라 사양산업으로 간주되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장래에 통합 미디어를 달성할 통로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것으로 믿었던 케이블 비즈니스도 콤캐스트나 뉴하우스 패밀리와의 거래가 어떻게 결말지어 지느냐에 따라 영향을 받게 되는 처지가 됐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AOL-타임워너가 약속했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느냐가 극도로 불확실한 상태다. 또 부채를 줄이는 것도 그리 쉽지는 않은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그러나 AOL-타임워너의 문제가 이것만이 아니라는 게 문제다. AOL-타임워너의 신뢰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는 것이 더 큰 문제다. 우선 회계규정 변경 탓이기는 하지만 AOL이 타임워너를 인수할 때 장부에 기록했던 영업권(goodwill) 중 540억달러를 장부에서 떨어내야 한다. 영업권이란 인수가격에서 순자산가치를 뺀 것으로 이는 향후 장래성이나 시너지 효과, 경영권 획득에 따른 프리미엄 명목 등으로 지불한 웃 돈이 된다. 따라서 영업권은 대차대조표상에 무형의 자산으로 기록된다. 실체가 없는 것이다. 따라서 영업권 상각으로 현재의 현금흐름이 영향을 받는 것은 아니지만 여러 지표가 영향을 받게 되는 것을 피할 수 없게 된다. 또 어차피 통합되기는 했지만 영업권 상각으로 과거의 AOL 주주들이 과거의 타임워너 주주들과 비교해서 상대적으로 더 많은 손해를 봤다는 이야기도 된다. 신뢰성과 관련된 또 다른 문제는 AOL-타임워너의 이익 산정기준이다. 지금까지 AOL-타임워너는 이자, 세금, 감가상각, 감모 전의 이익(EBITDA)을 기준으로 이익을 발표해왔다. 바이어콤과 같은 다른 미디어그룹들도 이것을 지표로 삼았기 때문에 AOL-타임워너만 비난을 받는 것은 부당하다. 그러나 이것이 보수적이지 않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 지난 1월에 AOL-타임워너는 이 기준에 따라 2001년에 99억 달러의 이익을 올렸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요구하는 일반회계기준(GAAP)에 따르면 49억 달러나 손해를 본 것이 된다. EBITDA가 좋게 나온 이유는 이것이 AOL의 과중한 부채를 가려줬기 때문이다. 만약 부채가 많아 이자를 많이 지급해야만 한다면 순이익(NI)이 좋게 나올 수가 없다. 그러나 EBITDA는 다르다. 이자 지급 이전의 이익 지표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또 투자가 많은 비지니스에서는 감가상각, 감모를 빼기 전의 지표가 그 이후 것보다 좋다. 물론 이것들은 현금흐름을 계산할 때 다시 더해지기는 하지만 EBITDA가 이자 및 세금 이전 이익(EBIT)이나 NI보다 좋게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바로 이러한 점을 고려해 이 지표를 사용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마지막으로 AOL 타임워너가 안고 있는 문제는 다른 하이테크 업체가 안고 있는 문제인 임직원에게 부여한 스톡옵션이다. AOL 타임워너는 스톡옵션 행사에 따라 작년에만 30억달러를 지출했는데, 이 돈으로 7600만주를 매입했다. 그러나 아직 행사되지 않은 스톡 옵션으로 3300만 주나 남아있다. 스톡옵션은 AOL 타임워너의 주가를 희석화시킬 수 있는 부분으로, 스톡옵션 행사로 인해 주요 지표로 간주되는 주당순이익(EPS)이 하락할 뿐 아니라 자본도 줄어든다. 따라서 AOL 주가 상승의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스톡옵션 부여일이 꽤 이전일 경우에는 실적이 나빠도 임직원들이 스톡옵션을 행사, 몫돈을 챙기는 일이 벌어질 수가 있다. 최근에 주식을 매입, 주가하락으로 손해를 본 일반주주들의 정서와는 동떨어지는 현실이 빚어질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지금 나오고 있는 미국이나 유럽 언론의 지적을 놓고 볼 때 AOL 타임워너에 큰 문제가 있다는 말은 아닌 것 같다. 현재 외국 언론의 논조는 AOL 타임워너가 과거 통합 당시에 제시했던 청사진을 실현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정도다. 그리고 밑바닥에 흐르고 있는 정서는 상황이 나빠질 수도 있다는 것을 조금만 조심해 살펴보면 알 수 있었으나 한 때 인터넷 버블에 눈이 멀어서 이를 지적하지 못했다는 자괴감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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