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중함 안 보이는 김포시 정책[생생확대경]

  • 등록 2024-12-12 오전 5:00:00

    수정 2024-12-12 오전 5:00:00

[김포=이데일리 이종일 기자] 경기 김포시가 애기봉과 울릉도 등 관련 정책 추진·구상으로 연일 시끄럽다. 김포시는 최근 애기봉평화생태공원 성탄트리 점등과 레이저쇼를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애기봉은 김포 북쪽 끝 월곶면에 있는 높이 155m의 봉우리이다. 한강을 사이에 두고 북한과 1.5㎞ 거리에 있어 우리와 북한사람들이 서로 볼 수 있다. 이곳에는 1971년 18m 높이의 성탄트리탑이 세워져 매년 크리스마스 때 점등식을 했지만 북한이 ‘대북 선전시설물’로 규정하며 철거를 요구해 논란이 됐다. 2010년에는 북한이 포격하겠다고 위협할 정도로 갈등 대상이었다. 오래된 철탑의 안전 문제 등으로 정부는 2014년 성탄트리탑을 철거했다. 하지만 김포시는 지난해 12월 애기봉에서 다시 성탄트리 점등식을 열었고 올해는 점등식과 레이저쇼 개최를 구상했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북한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터져 나왔다. 김포 시민단체인 ‘시민의힘’은 논평을 통해 “대통령 내란 사태로 일촉즉발의 긴박한 상황에 군사적 대립지역인 애기봉에서 레이저쇼를 하려고 하다니 김포시 직원들이 제정신이 아닌 모양이다”고 비판했다. 김포시는 시민 우려를 고려했는지 뒤늦게 레이저쇼 구상을 중단했다. 시는 “레이저쇼는 성탄트리와 함께 시민에게 더 큰 즐거움을 주고자 진행 여부를 구상 중이었다”며 “이번 행사는 성탄트리에 불을 밝히는 것이고 레이저쇼가 아니다”고 밝혔다. 또 “사회적 이슈로 인해 군부대측과 행사 방향, 내용에 대해 재협의 중”이라며 “군부대가 인정하는 범위에서 하겠다”고 설명했다.

김포시는 또 내년 1억원을 들여 애기봉평화생태공원에 30여m 높이의 국기게양대를 설치하기로 해 논란이 됐다. 2021년 개관한 평화생태공원은 안보교육장으로 활용해 온 애기봉 주변을 평화의 다양한 의미를 되새기는 공간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이런 곳에 국기게양대를 설치하는 것을 두고 비판 목소리가 나왔다. 김포시는 게양대 설치로 국민의 자부심과 애국심을 고취할 것으로 기대했으나 일부 시민은 북한을 자극하는 전쟁 심리전이 될 수 있다며 반대했다. 애기봉과 관련된 김포시 정책으로 한동안 조용했던 지역에서 걱정거리가 커진 분위기이다.

김포시의 울릉도 투자 구상도 시민·정치권의 우려를 키웠다. 김포시는 올 3월 경북 울릉군과 자매결연을 맺었는데 이에 앞서 양 지자체가 양쪽에 연수원을 1개씩 건립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김포시는 울릉도에 연수원을 짓고 울릉군은 김포에 짓는 방식이다. 말만 들어도 황당하다. 이같은 소식이 지난달 김포에서 알려지며 정치권이 반발했다. 오강현 더불어민주당 김포시의원은 시의회 5분 발언을 통해 “시가 200억원의 예산으로 울릉도 휴양소 건립 계획을 세웠다는 내용이 언론에 보도됐다”며 “타 지역 휴양소 건립에 200억원을 투자하려는 발상을 좀처럼 이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논란이 커지자 시는 “울릉공항 개항을 앞두고 검토 차원에서 울릉군과 논의한 것이지 확정한 것이 아니다”며 “200억원 예산 규모는 논의한 적이 없다”고 진화에 나섰다. 김병수 김포시장이 시정을 맡으며 서울 편입 추진 등 각종 이슈에 김포가 떠들썩해졌다. 논란·갈등이 커진 시정으로 김포시민은 피곤한 기색이다. 시민 안녕을 위해 김 시장이 시정을 신중하게 이끌기를 바란다.

김포시가 2월24일 애기봉평화생태공원에서 진행한 레이저쇼 모습. (사진 = 김포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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