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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안보로 떠오르는 반도체 기술
24일 재계에 따르면 현행 노동조합법은 철도(철도·도시철도의 운전 업무 등), 항공(항공 조종 업무 등), 수도(취수·정수·가압·배수시설 운영 업무 등), 전기(지역 전기공급 업무 등), 가스(천연가스 제조·저장·공급 업무 등), 석유정제·석유공급(석유 제조·저장·공급 업무 등), 병원(중환자 분만·수술 업무 등), 혈액공급(혈액 수송 업무 등), 화폐(한국은행권 발행 업무 등), 통신(기간망 운영·관리 업무 등) 등을 필수공익사업으로 지정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최근 오픈소스형 반도체 아키텍처 ‘리스크 파이브’(RISC-V)를 두고 의원들에게 “RISC-V의 잠재적인 위험을 검토할 것”이라며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조치가 있는지 조사하고 있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RISC-V는 ARM 기반 중앙처리장치(CPU)와 유사한 새로운 CPU다. 그런데 이는 오픈소스 프로젝트 형태로 돼 있다. 상무부가 ‘잠재적인 위험’을 거론한 것은 화웨이, 알리바바, 텐센트, ZTE 등 중국 기업들이 대거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역시 이 프로젝트에 속해 있다. 또다른 반도체업계 인사는 “이제 반도체 사업은 민간 회사를 넘어 국가가 지원한다는 방증”이라고 했다. 가속화하는 각국의 반도체 보조금 지급 경쟁과도 같은 맥락이다.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은 최근 한 인터뷰에서 “현대 국가 안보에서 기술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고 있다”며 “그 핵심은 반도체”라고 했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미국, 일본, 대만 등을 보면 반도체는 갈수록 경제뿐만 아니라 안보와 직결되고 있다”며 “안보에 위협이 된다면 국가적으로 제어가 필요하다”고 했다. 공익적인 측면에서 반도체 필수공익사업 지정은 얼마든지 검토할 가치가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노조發 최악 사태 방안 강구할 때”
그러나 반도체는 다른 전자 산업들과는 공장 셧다운 리스크 등의 차원이 다르다. 공장 하나가 멈추면 적어도 수십조원의 손실이 발생한다. 아울러 메모리반도체 시장을 좌지우지하는 한국 기업들의 공장이 멈추면 글로벌 공급망은 마비될 게 뻔하다는 위험까지 있다. ‘무노조 경영’ 원칙을 고수하는 장중머우 TSMC 창업주가 구글 등 빅테크들의 성공 비결로 무노조를 꼽은 것은 이와 관련이 있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TSMC는 빠른 기술 변화, 지속적인 대규모 투자 필요성, 큰 산업 공급망 영향력 등을 감안해 노조 리스크를 없애는 대신 직원들에게 업계 최고 대우로 보상해주고 있다. 인텔 역시 반도체 의사결정 속도전의 배경으로 무노조 경영을 꼽고 있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삼성과 SK에서 노조의 힘이 커지는 것은 이제 피하기 어렵다”며 “최악의 사태를 막는 방안을 강구할 때가 됐다”고 했다. 이찬희 삼성 준법감시위원장은 최근 전삼노의 단체행동을 두고 “경제가 상당히 위기 상황”이라며 “그 부분을 소통과 화합으로 결론 내렸으면 하는 게 개인적인 의견”이라고 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