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카노" "어칸데"…전국 8도 사투리의 말맛

10주년 기획특별전 '사투리는 못참지!'
방언 관련 자료 432점 선보여
"우리말 주제…함께 와서 즐기는 전시"
10월 13일까지 국립한글박물관 기획전시실
  • 등록 2024-04-23 오전 5:30:00

    수정 2024-04-23 오전 5:30:00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아, 거 참 안타깝게 됐습니다.”(서울), “아이 참 이거 워뜨케 하다 또 그랬디야.”(충청도), “워매 어쩌까나?”(전라도)

같은 상황에서도 각 지방의 고유 언어에 따라 표현하는 말은 다르다. 가령 화가나는 상황이라면 서울 사람은 “아니 선생님, 말씀을 그렇게 하시면 어떡합니까”라고 표현하지만, 경상도 사람은 “고마 다 시끄럽다 치아라”라고 말한다.

전국 8도 방언의 말맛과 다양성을 보여주는 전시 ‘사투리는 못 참지!’가 오는 10월 13일까지 서울 용산구 국립한글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열린다. 개관 10주년을 기념한 전시로 사투리와 관련한 영상, 서적, 녹음 기록, 사진 등의 자료들을 한자리에 모았다.

문영은 국립한글박물관 학예연구사는 “우리말을 주제로 한다는 게 이번 전시의 가장 큰 특징”이라며 “우리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비롯해 모두가 함께 와서 즐길 수 있는 전시를 만드는 데 주안점을 뒀다”고 기획의도를 설명했다.

국립한글박물관 개관 10주년 기념 기획특별전 ‘사투리는 못 참지!’(사진=연합뉴스).
문화와 정체성을 담고 있는 방언은 우리말을 풍부하게 해주는 언어적 자산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동학농민혁명군 한달문이 어머니에게 쓴 편지’(1894), ‘감자’ 초판본(1935), 석주명 ‘제주도 방언집’ 초판본(1947) 등 방언 관련 자료 294건 432점을 선보인다.

특히 방언 화자들의 언어를 생생하게 담아 전시 콘텐츠로 선보이고, 전시 기획 과정에서 박물관 직원들이 직접 수집한 자료로 전시장을 풍성하게 채웠다. 서울 중구 토박이회를 찾아 ‘서울 토박이말‘의 특징을 영상으로 풀어냈고, 제주 구좌읍 평대리를 찾아 ‘제주 해녀들의 삶과 말’을 살펴볼 수 있는 ‘삼춘의 바당’ 영상을 제작했다.

서울, 평안, 함경, 전라, 경상, 강원, 충청, 제주 등 전국 8도 출신 화자들이 같은 상황에서 다른 사투리를 구사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도 볼 수 있다. 방언 연구자이자 방언 화자인 이기갑, 충청도 출신 개그맨 김두영 등 팔도 화자들이 참여한 ‘팔도의 말맛’ 콘텐츠다.

국립한글박물관 개관 10주년 기념 기획특별전 ‘사투리는 못 참지!’(사진=연합뉴스).
문학 속 방언을 재해석한 작품도 선보인다. 인생의 절반을 고향 강진에서 보낸 김영랑 작가의 ‘연’에는 전라도 방언이 곳곳에서 담겨 있다. 시에 사용된 ‘오-매’, ‘들것네’ 등의 전라도 방언은 향토적인 분위기와 운율감을 더해준다. 교과서에도 실린 주요섭의 ‘사랑손님과 어머니’에서는 ‘부텀(부디)’, ‘웨(왜)’, ‘어디루(어디로)’ 등 서울 방언의 특징을 볼 수 있다. 또한 김동인의 ‘감자’를 통해 북한 평안도에서는 ‘고구마’를 ‘감자’로 불렀던 것을 알 수 있다.

방언 연구자들이 실제로 사용한 카세트 테이프, 조사 노트, 가방, 녹음기 등도 전시해 놓았다. 전시 연계 프로그램으로 공연과 강연을 아우르는 ‘찾아가는 사투리 이야기 콘서트’도 진행된다. 오는 6월 10일 강릉 단오제, 10월 6일 제주 탐라문화제에서 지역민과 함께 즐기는 행사를 펼친다. 문 학예연구사는 “방언을 모으고 한글로 남겨두는 것 자체가 언어문화를 보전하는 일”이라며 “이번 전시는 지금 우리말의 모습을 남기는 또 하나의 자리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국립한글박물관 개관 10주년 기념 기획특별전 ‘사투리는 못 참지!’(사진=연합뉴스).
국립한글박물관 개관 10주년 기념 기획특별전 ‘사투리는 못 참지!’(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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