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 막힌 韓 증시…코스피 2500선 아래로
26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날 대비 0.17%(4.19포인트) 소폭 하락한 2484.83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는 지난 25일 종가 기준 12거래일 만에 2500선이 붕괴된 후 2480선에서 멈췄다. 코스닥 역시 이날 830.44로 마감해 전날보다 0.99%(8.27포인트) 하락 마감했다.
최근 국내 증시가 상승 흐름에 제동이 걸린 건 국내외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우선 지난 24일 SG증권 창구에서의 대량 매도로 신용융자잔고율 및 공여율이 높은 8개 종목이 하한가에 직행하면서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 8개 종목 중 대성홀딩스(016710), 선광(003100), 삼천리(004690), 서울가스(017390) 등 4개 종목은 이날까지 3거래일 연속 하한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시장에선 차액결제거래(CFD) 계좌에서 롤오버(만기연장)가 이뤄지지 않아 반대매매가 발생했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레버리지 부담이 큰 코스닥 2차전지 종목으로 리스크가 전이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미래에셋증권 등 주요 증권사들은 삼천리 등 하한가를 기록한 종목을 비롯, 2차전지 관련 종목에 대해 신용거래융자 서비스를 중단하고 증거금률을 상향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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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진 점도 악재로 작용했다. 미국의 4월 소비자신뢰지수는 101.3으로 지난해 7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며 경기 둔화 신호가 강해지고 있다. 특히 세부 지표인 기대지수가 74.0에서 68.1로 위축됐다. 기대지수는 1년 뒤 경기 침체를 시사하는 기준선을 80.0으로 보는데, 지난 2022년 2월 이래로 기준선을 지속 하회 중이다. 제조업 경제 지표인 4월 리치몬드 제조업지수도 -10으로 지난달보다 둔화했다.
여기에 간밤 뉴욕증시에서 퍼스트 리퍼블릭이 1분기 기준 보유 예금이 1045억달러에 그쳤다는 소식에 주가가 49.38% 급락하면서 은행 리스크가 재부각된 것도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그나마 여러 악재가 터져 나왔음에도 이날 국내 증시가 큰 폭의 하락세를 보이지 않고 하방 지지력이 높았던 건 SG증권발 대량 매도 사태를 비롯해 미국 지역은행 리스크의 확산 가능성이 크지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아울러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미국 기술주의 호실적과 SK하이닉스 실적 발표 후 하반기 반도체 업황 회복 기대감이 나온 것도 지수 하락을 상쇄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유준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지역은행 사태 우려가 다시 불거졌지만 국내와 관련한 익스포저가 크지 않아 영향이 제한적”이라며 “SG증권발 하한가 관련 종목들도 대체로 매물이 소화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 등이 미국 기술주 실적이 호조를 보인 점, SK하이닉스도 실적 발표 후 반도체 업황이 최악은 벗어났다는 인식이 나온 점이 증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덧붙였다.
다만 증권가에선 당분간 국내 증시가 박스권에 머무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당장 오는 5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개최로 추가 긴축 및 향후 통화정책 기조에 따라 증시 상승이 억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내달 발표되는 미국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및 개인소비지출(PCE) 물가 지표, 고용 보고서 등의 이벤트 역시 변동성을 높일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연초 이후 4월 이후 현재까지 주요국 증시의 랠리 진행으로 피로감이 누적된 상황에서 실적, FOMC, 고용, CPI 등 불안 요인들을 유발한 이벤트를 소화해야 한다”며 “5월 둘째 주까지는 위 혹은 아래 방향으로 방향성 베팅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증권가에선 궁극적으로 국내 증시가 추세적인 회복 흐름을 보이기 위해서는 글로벌 경기 개선을 바탕으로 제조업 재고 감소가 확인돼야 한다는 평가다. 박승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재고 감소, 신규 주문 증가, 생산 증가 등의 사이클이 확인될 때 국내 기업들의 실적 기대감도 커질 수 있다”며 “글로벌 제조업 경기가 반등하는 오는 3분기부터 주식시장이 본격적인 강세를 나타낼 것”이라고 말했다.